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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충격기로 문이 열린다니 … '디지털 도어록' 방범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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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디지털 잠금장치를 무력화하는 전기충격기. 한국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충격기(해정기)를 이용하면 국내외 디지털도어록 제품 모두가 무력화된다고 밝혔다. 신인섭 기자

디지털도어록 업계가 그동안 판매한 제품에 대해 전면 업그레이드를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한 전기업체가 전기충격만으로 디지털도어록을 열 수 있는 기계(일명 해정기)를 출시한 데 대한 대응이다. 디지털도어록은 별도의 열쇠가 없이도 몇 개의 숫자(암호) 또는 지문 등으로만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는 장치다.

한국디지털도어록제조사협회는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또 불법적인 사용을 막기 위해 수일 내로 법원에 해정기의 제조.판매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다.

협회는 "최근 3만V 안팎의 순간 초고전압 전기충격으로 디지털도어록의 오작동을 유발해 문이 열리도록 하는 제품이 불법적으로 유통 중인 것이 알려져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모든 제품이 해정기로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요청이 들어올 경우 현재 나와 있는 어떤 해정기로도 문이 열리지 않도록 업그레이드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업그레이드 신청은 각 업체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서 받는다. 25일부터는 협회 홈페이지(www.kddlma.com)에서도 신청받는다. 소비자는 출장비용으로 건당 900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협회 가입사는 ㈜아이레보(www.egateman.co.kr)(080-700-0789).혜강정밀(www.h-gang.co.kr)(02-2065-2700).싸이트론(www.cytron.co.kr)(02-2065-5900).밀레시스텍(www.milre.com)(080-265-6057).삼테크아이앤씨(www.samtechic.co.kr)(1588-0197) 등 5개사다. 이들 업체는 전체 디지털도어록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최대 디지털도어록 업체인 아이레보의 하재홍 사장은 "전면 업그레이드에는 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중소기업에 불과한 업계 형편상 무상 업그레이드는 어렵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아파트를 중심으로 약 320만 대의 디지털도어록이 보급돼 있으며, 전체 도어록 시장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도어록 업체는 50여 개가 있다. 연간 시장 규모는 17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와 보급률 모두 세계 디지털도어록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등 세계 30여개국으로 2288만여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하 사장은 "이번 사태를 한국의 디지털도어록 기술이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로 삼겠다"며 "한국이 세계 1위인 만큼 문제점을 보완해 세계 표준 규격을 만드는 데 앞장서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도어록을 열 수 있는 해정기는 지난달 초 '코리아 디지털 시스템'이라는 업체가 출시했다. 이 회사 김석기 사장은 "열쇠인과 경찰관.구조대 등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사람을 위해 이 제품을 개발했다"며 "실험 대상 70개 디지털도어록 제품 중 48개 제품(27개사)이 빠르면 2초, 늦어도 2분 안에 열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열쇠기능사 자격증 등 공인 신분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만 판매하기 때문에 범죄에 사용될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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