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버그 "아베의 '인신매매' 뉘앙스에만 집중,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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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Conference James Steinberg

미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인버그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 학장은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쓴)‘인신매매’란 단어의 뉘앙스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화해의 여지가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학장은 아산플레넘 2015 참석을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날 아베 총리가 하버드대 강연에서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라고 표현한 것은 정부의 관여를 부정하는 뜻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말이란 것이 중요하고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영어로 trafficking이라고 번역되는 일본어의 뉘앙스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뉘앙스 파악에는 덜 집중하고, 과거에 대한 발언에 있어 미래로 진전할 수 있는 화해의 여지가 있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8월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전 70년 담화에서 ‘침략’과 ‘사죄’라는 두가지 키워드가 들어가야 한다는 주변국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아베 총리의 연설문 작성가가 아니다. 역사의 결과나 역사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구체적인 용어를 무엇을 쓰느냐, 이말을 해야 한다, 이말을 해선 안 된다 이런 것은 훨씬 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핵심은 다른 국가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각기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사의 여러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지난 70년 동안,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일본이 아태 지역과 다른 지역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이에 자부심을 가질 만 하고, 이는 파트너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일 간 갈등에 대해서는 “미국의 역할은 한일 사이의 이견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소통하고 서로가 양국의 이런 우려를 이해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에 (관계를 풀라고)압박을 가하기보다는 각기 자신의 방식과 절차대로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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