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人] 파키스탄 출신 유엔 사무차장 파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세상 사람들은 그를 '재해 구호의 달인(Master of Disasters)'이라 부른다. 하피즈 파샤(57.사진) 유엔 사무차장이 주인공. 그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재난 구호 활동을 총책임지고 있다. 세계 재난 구호를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해 이 직책을 맡은 지 5년이 됐다. 그의 조국은 파키스탄이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다. 외무장관.재무장관.상무장관과 카라치대학 총장을 지냈다. 그런 그가 요즘은 세계를 상대로 '구호 구걸'을 하느라 바쁘다. 동남아 구호자금이 매우 부족해서다. 약 1년 전 동남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 복구는 요원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0월에는 파키스탄 카슈미르에선 3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 복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지난주 구호활동을 위해 홍콩을 찾은 그는 "올해는 비행기를 타거나 구호 회담과 활동에 참여하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그의 한 달 일정도 꽉 짜여 있다.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구호 모임, 이어선 뉴욕 사무실에서 밀린 업무 처리, 새해 1월엔 파키스탄 지진구호 활동 점검, 그 사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제네바를 오가며 부탄 구호 문제 협의…. 그래도 그는 "남을 돕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많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 1년간 쓰나미와 파키스탄 지진 구호에 세계 50여 개국이 참가하도록 설득했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유엔 개발계획 사무소가 있는 24개국이 2015년까지 가난과 에이즈 퇴치를 위한 기본계획을 확정한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그는 "할 일이 아주 많다"며 "아직도 시작하지 못한 북한.네팔.스리랑카.미얀마.이란에서의 재해민 구호활동에 세계인들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