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서 알라위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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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총선이 실시된 15일 바그다드에서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투표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시아·수니파 연합체인 이라크 국민리스트(INL)는 시아파의 통합이라크연맹(UIA)에 이어 둘째로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바그다드 로이터=연합뉴스]

"나 같은 사람도 투표하러 올 수 있는 이런 기분 좋은 상황을 기다려 왔다."

15일 휠체어를 타고 바그다드의 아다미야 투표소로 들어가는 수니파 하디 미슈알은 알자지라 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척추에 총을 맞아 하반신 불구가 된 그는 이날 이야드 알라위(58) 전 임시정부 총리의 시아.수니 연합체인 이라크 국민리스트(INL)에 표를 던졌다. "시아.수니.쿠르드 모두 이라크인이다. 더 이상 종파나 민족 때문에 살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미슈알은 말했다.

◆알라위가 뜬다=대규모 불상사 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라크 총선에서 알라위 전 총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라크인은 지난 2년7개월 동안 종파 간 갈등에서 비롯된 혼란과 치안 부재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로 알라위를 주목하고 있다.

북적거리는 투표소 앞에서 안정을 바라며 이번 총선을 자축하는 사람은 미슈알뿐이 아니다.

남부 바스라 출신 시아파 마지드 살림도 "현재의 치안 부재를 종식할 수 있는 인물로 알라위 총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살림은 "머잖아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을 전제할 때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안정을 이룩할 수 있는 지도자는 그뿐"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그다드 시아파 거주지에 있는 투표소에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알라위가 이끄는 INL이 38%의 표를 얻었다"고 밝혔다. 시아파 최대 정치조직인 통합이라크연맹(UIA)의 48%에 이은 2위다. 이라크 인구의 60%가 시아파 거주지역에 사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결과"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바그다드의 그린존에서 유권자 1006명의 지지 정당을 분석한 AFP통신은 "알라위 전 총리가 406명의 지지를 받아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전했다. 시아파인 UIA 지지자는 294명에 그쳤다.

친미 성향의 세속주의 시아파인 알라위 전 총리가 주도하는 INL에는 수니파인 가지 알야위르 전 대통령이 참여함으로써 수니파로부터도 큰 지지를 얻고 있다. 범아랍 일간지 알하야트는 16일 "아랍권에서도 이 두 지도자가 종파 간 분열을 봉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물밑에서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대부분 수니파인 아랍 국가들이 이라크가 이란의 영향을 받는 시아파 국가로 변신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튀니스(튀니지)=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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