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기자의약선] 고구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원산지는 신대륙으로 콜럼버스가 유럽에 소개했다. 국내엔 조선 영조 때(1783년) 유입돼 서민의 구황작물로 쓰였다. 고구마란 이름은 과거 일본 대마도에 고구마로 부모를 잘 봉양한 효자가 살았는데 관청에서 이를 칭송하기 위해 '고코이모'(효행 감자라는 뜻)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는 영양과 질병 예방 효과도 빼어난 식품이다.

최고의 건강 성분은 베타카로틴. 한 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의 187%를 얻는다. 몸속에 들어가면 비타민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은 항산화.항암 물질이다. "고구마를 즐겨 먹으면 암과 황반 변성,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흡연자나 환경 오염이 심한 곳에서 고구마가 추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색이 노랄수록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다. 단호박 고구마는 색이 더 노래 베타카로틴 함량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

제2의 건강 성분은 섬유소(100g당 0.9g)다. 섬유소의 절반은 변비.대장암.체중 증가를 예방하는 불용성이며, 나머지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는 펙틴 등 수용성 섬유소다.

고구마는 비타민이 많이 든 채소인데 특히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100g당 25㎎). 고구마를 즐기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으며, 기미.주근깨가 사라진다"는 말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게다가 고구마의 비타민C는 전분에 둘러싸여 있어 가열해도 손실량이 적다. 그러나 딸기(99㎎).레몬(70㎎).오렌지(43㎎)에 비해선 비타민C 함량이 낮다.

미네랄 중에선 칼륨이 풍부하다(100g당 425㎎).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하는 칼륨은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하다. 그러나 칼륨은 신장에 부담을 주므로 신장질환이 있다면 고구마 섭취를 삼가야 한다(관동대 명지병원 이정수 영양팀장).

고구마는 감자보다 단맛이 강하다. 설탕.포도당.과당이 더 많이 들어 있어서다. 그러나 혈당을 높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당지수(GI)는 55 정도로 감자(70~80)보다 낮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간식용으로 적당하다.

굵고 묵직하며 색이 고르고 방추형인 것이 상품(上品)이다. 울퉁불퉁한 것은 하품이다. 껍질은 선명하고 광택이 나는 것이 좋다. 잔뿌리가 적으며 겉에 상처가 없는 것을 구입해야 한다.

고구마에 열을 가하면 단맛이 더 살아난다. 녹말이 당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냉장 보관하면 당분이 녹말로 바뀌어 단맛이 줄어든다. 따라서 고구마는 냉장고에 넣지 말고, 신문지.비닐봉지 등에 잘 싸서 어둡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구마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김치(소금으로 간을 해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음)와 무즙(고구마 섭취 뒤 가스 발생 억제)이 꼽힌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