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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어버이날 전날 밤의 일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녀석은 외출에서 돌아온 내가 채 옷도 갈아입기 전에 빨리 앉아서 눈을 감으라고 성화였다. 살그머니 실눈을 뜨고보니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만든 색종이 카네이션 꽃을 내 옷자락에 매달고 있었다.
『이제 눈 떠도 돼!』
『어머나! 참 예쁘구나 엄마 선물하려고 만들었구나.』
『엄마, 오래 오래 사셔요』하면서 넓죽 엎드려 큰절을 하더니 등 뒤로 가서 어깨를 열심히 주무르면서 『엄마, 내일 아침 일찍 깨워줘 내가 도와줄게 응!』하고 내 귓전에 속살거렸다.
나는 그만 코끝이 시큰하고 눈물이 핑 돌아서 녀석을 와락 끌어안았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율동까지 곁들이면서 노래를 메들리로 불러대는 녀석을 끌어안고 제 어릴적 얘기를 해주었다.
『네가 아기 였을때 할머니께서 법석이라고 별명을 붙였단다. 온통 말썽을 부리며 기어 다녔기 때문에 엄마는 방 한구석에 그물을 쳐 놓고 장난감과 함께 너를 가둬 놓고야 일을 했거든 아름이가 갓 태어났을 땐 두살난 네가 투정이 얼마나 심했던지 아기를 목욕시켜 재운뒤 빨래를 하는데 아기 비명소리에 뛰어와보니 네가 아기 얼굴에 쉬를 하고있었지. 그처럼 개구장이였던 네가 이렇게 의젓해졌구나』
낄낄거리며 웃던 녀석은 우쭐해져서 아빠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다.
어버이날 아침, 출근하는 아빠에게도 꽃을 달아드리고 큰절을 한다음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효도를 했다. <인천시 남구 구월동 a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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