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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참을 수 없는 유혹, 다디단 바다의 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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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연평도 당섬 선착장에서 꽃게잡이 배가 출어에 나서고 있다. 4~6월 연평도 바다는 그물 한 가득 꽃게가 묵직하게 달리는 황금 어장으로 변모한다.

섬마을의 봄은 바다에서 온다. 서해 섬마을에서 봄꽃은 바다에 핀다. 서해 바다의 꽃은 제철 맞은 꽃게다. 어민에게는 꽃게의 허연 배 딱지가 하얀 벚꽃보다 기껍고, 꽃게 뱃속의 누런 게장이 노란 개나리보다 반갑다.

본디 꽃게는 꽃처럼 예뻐서 붙은 이름이 아니다. 다리에 삐죽삐죽한 가시가 있어 ‘곶(串)게’라고 불리다가 꽃게가 됐다. 꽃게는 가시가 있어도 꺾지 않을 수 없는 꽃이다. 단단하게 차오른 살에서 단내를 풍기는 꽃게의 유혹을 견딜 사람은 많지 않다.

봄을 꽃게 제철로 삼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암게가 한 가득 알을 품어서이기도 하고, 그 알 밴 꽃게를 잡을 수 있는 때이기도 해서다. 겨우내 수심 20~30m 밑에서 잠을 자던 꽃게는 음력 2월이 되면 산란을 준비하러 얕은 바다로 이동한다. 우리 서해 바다에 꽃게가 올라오는 것도 이때부터다. 꽃게가 알을 낳는 7∼8월, 꽃게가 겨울잠을 자는 12∼3월은 조업이 금지돼 있다.

달력이 4월로 넘어가는 시점. 올봄에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꽃게 소식이 날아들었다.

“3월 26일 금어기가 풀렸습니다. 지금부터 잡히는 암게는 알이 실해요.”

박태원(55) 연평어촌계장의 말에 신바람이 묻어났다. 꽃게 철에 들면 연평도는 부산해진다. 아니, 섬 전체가 들썩인다. 주민 1500여 명 가운데 어촌계에 등록된 어민이 300여 명인데, 이 중에서 100여 명이 꽃게잡이를 생업으로 삼는다. 본격적인 꽃게 조업 철에는 연평도 주민 절반이 그물에서 꽃게를 떼어내는 일에 매달린다고 한다.

지난해 연평도 어장에서는 꽃게 130만㎏이 잡혔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잡힌 꽃게의 5%에 불과한 양이다. 단, 품질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평도 앞바다의 거센 조류를 이겨낸 꽃게는 육질이 단단해 최상급으로 분류된다. week&이 ‘꽃게 중의 꽃게’를 맛보겠다고 연평도까지 들어간 이유다. 두세 시간 정도의 뱃길은 기꺼이 감내했다.

알이 꽉 찬 봄 꽃게.

지난 8일 연평도는 본격적인 꽃게 조업을 앞두고 분주했다. 하나 꽃게 철의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어민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꽃게가 일으킨 전쟁의 기억 때문이었다. 지난 1999년과 2002년 연평도 앞바다에서는 두 차례 해전이 치러졌다. 발단은 꽃게를 따라 남하한 북한 어선이었다. 어선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NLL) 근처까지 내려오면서 남북한의 해군이 충돌했다. 두 차례의 전쟁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북한군은 전함 7척이 부서졌다. 꽃게가 빌미가 된 다툼치고는 피해가 너무 컸다.

분단의 현실은 연평도에 기구한 운명을 부여했다. NLL에서 최단 1마일(1.6㎞) 최장 8.85마일(14.2㎞) 이남에 조업통제선이 그어졌는데, 조업통제선이 하필이면 연평도 위를 가로지른다. 그래서 연평도 어민들은 연평도 남쪽 해안에서만 조업할 수 있다. 조업통제선은 연평도 연안을, 갈 수 있는 바다와 갈 수 없는 바다로 갈라놓았다.

NLL과 조업통제선 사이의 바다에는 남쪽 어선도, 북쪽 어선도 들어갈 수 없다. 지금은 이 바다에서 중국 어선만 활개를 친다. 내 바다에서 나는 보물을 눈앞에서 빼앗기는 어민은 애가 끓는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올봄에도 연평도 사람들은 바다로 나간다. 연평도에서는 꽃게가 없으면 봄이 봄이 아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을 때 섬 주민의 98%(1343명)가 뭍으로 대피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섬으로 돌아왔다. 연평도 꽃게잡이 배 해일7호의 이종수(61) 선장은 “북한에서 아무리 대포를 쏴도 꽃게가 있는 한 이 바다를 못 떠난다”고 말했다. 봄마다 꽃게가 돌아오는 한 연평도 사람은 섬을, 아니 바다를 떠날 수 없다.

꽃게잡이 배에 올라탔다. 그물에 올라오는 꽃게는 봄처럼 싱그러웠다. 살아서 꿈틀대는 꽃게를 배 위에서 쪄 먹었다. 달콤하고 짭조름한 게, 봄을 한입 베어 문 기분이었다.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5도에서 잡힌 꽃게는 이튿날 오전 인천 옹진수협 경매장에 집결한다. 옹진수협에서 거래되는 꽃게의 절반은 연평도에서 왔다.

연평도 꽃게잡이·경매장 가보니

꽃게는 영어로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이다. 직역하자면 수영하는 게다. 대게·홍게·참게 같은 게 옆으로 기어가는 데 반해 꽃게는 옆으로 헤엄을 친다. 넓적한 다리로 물살을 가르며 봄에는 연안으로, 겨울에는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꽃게는 뭍에서도 움직인다. 갯가 산지에서 육지 경매장으로, 경매장에서 어시장으로, 어시장에서 식당과 각 가정으로 실려 간다. 꽃게 중에서 인기가 높은 연평도 꽃게는 해외에도 수출된다. week&은 지난 8~10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11일 인천 북성동 옹진수협을 찾아가 봄 꽃게 현장을 취재했다.

꽃게 백숙 게눈 감추듯 - 연평도 배에서

8일 오전 9시. 인천 여객터미널에서 연평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지난 6일 서해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뒤로 사흘 만에 뱃길이 뚫렸다. “바다가 디비진(뒤집힌) 뒤라 잔잔할 거야.” 여객선에서 만난 연평도 주민의 말이 꼭 들어맞았다. 뱃멀미 없이 오전 11시30분 연평도 선착장에 첫발을 디뎠다.

연평도는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로 나뉘어 있다. week&이 향한 곳은 대연평도였다. 이름은 대연평도이지만, 면적 7㎢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여의도(2.9㎢) 면적의 두 배를 조금 넘어서는 정도다. 하나 연평도 주변에는 801㎢에 이르는 어장이 있다. 바로 이 바다에서 ‘연평 꽃게’가 난다. 연평 어촌계에 소속된 어선 32척만 그물을 칠 수 있는 바다다.

“중국 어선이 새카맣게 몰려와요. 작년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박태원(55) 연평 어촌계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연평도 북쪽 바다를 가로지르는 북방한계선(NLL)을 중국 어선이 불쑥불쑥 침범한다는 것이다. 이진구(57) 연평어민회장도 근심을 털어놓는다.

“중국 어선은 바다 밑바닥을 갈고리로 끌고 다니면서 미성숙 꽃게를 잡아갑니다. 이 바다에 꽃게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늘 안고 삽니다.”

꽃게잡이 배 해일7호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그래도 섬에서 믿을 데는 바다밖에 없다. 중국 어선을 바라보며 속만 태우던 연평도 어민도 지난달 26일 금어기가 풀리자마자 바다로 나섰다. 연평 어촌계 도움으로 꽃게잡이 어선을 얻어 탔다. 9일 오전 6시 당섬 선착장에서 9.8t급 어선 해일7호에 올랐다. 이종수(61) 선장이 이끄는 어선에 선원 5명이 함께 승선했다.

해일7호는 이른바 닻자망을 부리는 어선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그물을 내려 꽃게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조업한다. 닻자망 한 틀이 그물 길이로 140m다. 연평도에는 물살에 떠밀린 꽃게를 포획하거나(안강망), 미끼로 꾄 꽃게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통발) 조업 방식도 있다.

해일7호는 연평도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30분 떨어진 바다에 닻자망 두 틀을 내렸다. 이 선장은 경험만으로 꽃게가 이동하는 경로를 짚어냈다. 이 선장은 “연평도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부터 배를 타 바다 속이 훤하다”며 웃었다.

해일7호 이종수 선장. 어군탐지기를 쓰지 않고도 바닷속을 꿰뚫어봤다.

그물을 내린 해일7호가 다시 30분을 달렸다. 배는 지난 1일 설치했다는 그물에 다가섰다. 선원이 모두 달라붙어 힘을 쓰니 수심 4m 밑에 내려가 있던 그물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드디어 연평도 봄 꽃게가 모습을 보였다. 그물이 10m쯤 올라올 때마다 꽃게 대여섯 마리가 매달려 올라왔다. 몸통이 어른 손바닥보다 큰놈도 있었다. 선장은 이 정도면 닻자망 한 틀에 100㎏은 수확할 수 있다고 했다.

“5월이 되면 그물이 새하얘질 정도로 게가 달려요. 그러면 우리는 힘든 것도 모르고 일해.”

선장은 하루 더 기다려 꽃게가 더 붙었을 때 그물을 걷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정오쯤 선착장으로 돌아갈 계획이란다. 수확하는 장면을 볼 수 없어 아쉬운 찰나, 꽃게 10마리를 뜯어 맛을 보자는 말에 마음이 풀렸다.

그물에서 뜯어낸 암게는 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배가 빵빵했다. 선원들은 “이런 꽃게로 담가야 게장이 제맛이 난다”고 일러줬다. 게장은 꽃게의 신선도와 품질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손바닥보다 작은 꽃게는 탕이나 찜으로 쓰인다.

뱃사람이 내준 꽃게 요리는 소박했다. 큰 냄비에 물만 넣고 끓인 이른바 ‘꽃게 백숙’이었다. 붉게 변한 꽃게 하나를 집었다. 김이 모락모락 났다. 배 딱지를 떼어내니 노랗게 익은 알이 드러났다. 알은 씹을수록 고소했고, 결이 살아있는 속살은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바다에서 막 건졌는데도 짜지 않고 단맛이 났다. 집게발로 껍데기 속에 붙어있는 살을 파먹었다. 게 눈 감추듯이 게 세 마리를 먹어치웠다. 매연 뿜어대는 어선 위에서 만끽한 호화로운 한 끼였다.

꽃게에 울고 웃는 사람들 - 인천 경매장에서

연평도 앞바다에서 잡힌 꽃게는 연평도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연평도를 비롯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우도 등 서해 5도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인천의 옹진수협에 집결한다.

연평도 어민들은 게를 대·중·소 크기별로 선별해 50㎏씩 플라스틱 상자에 담는다. 어민들은 이 상자를 ‘가구’라고 부른다. 가구별로 나뉜 꽃게는 100t급 운반선에 실린다. 운반선은 연평도에서 인천 연안부두 근처의 옹진수산업협동조합 경매장까지 꽃게를 실어 나른다.

운반선은 최대한 천천 히 바다를 달린다. 이동 중에 꽃게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새벽 1시 연평도에서 출항한 운반선이 인천 연안부두에 도착하면 오전 7시가 된다.

지난 11일 옹진수협으로 나왔다. 경매장에는 꽃게가 몰고 온 봄바람이 불었다. 오전 7시 운반선에서 내린 꽃게가 들어오자, 경매장은 중매인과 바이어 50여 명이 뒤섞여 이내 시끄러워졌다. 꽃게 금어기인 7~8월과 12~3월 경매장은 문을 닫는다. 파도가 높아서 출어하지 못한 날도 개점 휴업이다.

“옹진수협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의 90%는 꽃게입니다. 그 꽃게의 절반은 연평도에서 난 것이고요.”

옹진수협 유명옥(54) 경제상무는 옹진수협이 전국에서 가장 신선한 꽃게가 사고 팔리는 곳이라고 자신했다. 11일 옹진수협으로 집결한 꽃게는 5t 남짓이었고, 연평도산이 80%였다. 꽃게가 가장 많이 나는 5월 첫째 주에는 꽃게 500여t이 경매장을 가득 메운단다.

그물에 걸린 봄 꽃게.

가구마다 꽃게를 잡은 선박 표찰이 달려있어 중매인은 어느 바다에서, 어느 배가 잡은 꽃게인지 단박에 알아본다. 옹진수협 7번 중매인 진용서(56)씨도 부지런히 최상급 꽃게를 물색하고 있었다.

“선수들은 척 보면 연평도산인지 아닌지 구분해요. 서해 남쪽에서 나는 꽃게 껍데기는 어두운 녹색을 띠는데 연평도 꽃게는 그보다 더 검거든. 꽃게 철이 막 시작됐는데도 물건이 제법 들어왔어요.”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하기 전에 수협 직원은 가구에서 꽃게를 쏟아 전수검사를 했다. 크기 8㎝ 이하 무게 200g 이하인 미성숙 꽃게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미성숙 꽃게에는 ‘불매’ 스티커가 붙었다. 작은 꽃게를 경매장에 들이민 사람들은 되레 쓴맛을 보고 돌아섰다. 한 중매인은 “미성숙 게는 폐기되거나 밀매품이 된다”고 일러줬다.

오전 8시 선수들의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협 직원이 꽃게 가구를 들어올리며 크게 소리쳤다.

“암, 중!”

크기 8.5㎝ 무게 250g 이상의 중간 암게에 대한 경매를 시작하는 소리였다. 분위기가 서늘해졌다. 중매인과 경매인 20여 명이 부지런히 수신호를 주고받았다. 이날 경매장에서 암게 작은 것은 1㎏에 1만2500~1만4000원, 크기 8.5㎝ 정도의 중간 크기는 1만7000~8000원, 크기 9㎝ 이상은 2만~2만2000원에 낙찰됐다.

주인이 정해진 꽃게는 빠르게 경매장을 빠져나갔다. 경매장 앞에 대기한 트럭은 꽃게를 싣자마자 전국 각지로 향했다. 일부 꽃게는 옹진수협 경매장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인천종합어시장으로 실려 갔다.

오전 10시30분. 인천종합어시장 판매대에 그날 수협에서 거래된 꽃게가 진열됐다. 서해에서 잡힌 꽃게는 ‘국산’으로 표시되지만, 연평도에서 잡힌 것만큼은 ‘연평도산’으로 표시됐다. 꽃게를 가운데 두고 상인과 손님 사이에서 흥정이 한창이었다. 그날 저녁 누군가의 밥상은 연평도 꽃게로 풍성할 터였다.

●여행정보=인천 여객터미널에서 하루 한 번 연평도행 배가 뜬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밀물 때만 배가 뜬다. 해서 같은 달에도 날짜별로 배 시간이 다르다. 24일에는 오전 10시, 25~31일은 오전 9시30분 출발한다. 인천행 배는 대연평도에서 24일 오후 1시, 25~31일 오후 12시30분 뜬다. 뱃길로 약 2시간30분 거리다. 표는 왕복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뱃삯 어른 10만9100원, 어린이 5만4550원. 고려고속훼리(kefship.com) 홈페이지에 4~5월 운항시간표가 나와 있다. │ 1577-2891.

4월 중순 옹진수협 경매장 암게 중간 크기 1㎏ 입찰가격은 2만원 정도였다. 5~6월 꽃게 수확이 는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꽃게 상태에 따라 2만5000원까지 오르기도 한다. 인천종합어시장에서는 입찰가에 5000원쯤 더 붙여 소비자에게 판다. 인천종합어시장 구내식당에 자릿세 명목으로 5000~1만원을 내면 시장에서 구입한 꽃게를 쪄주거나 무쳐준다. │ 인천 중구 연안부두로33번길. 032-888-4241.

꽃게 고르는 법
배 딱지 모양으로 암수 구분. 둥글면 암게, 뾰족하면 수게

백년꽃게장 간장 게장.

‘봄 암게, 가을 수게’는 공식처럼 굳어졌다. 봄에는 알 품은 암게 맛이 좋고, 가을에는 살 찬 수게가 맛있다는 뜻이다. 암게는 7~8월 산란기를 거치면 살이 물러진다. 하나 갯마을에서는 가을에도 수게 대신 암게를 찾는다. 가을에도 알 밴 암게가 제법 올라오기 때문이다. 알 싼(낳은) 암게가 아니라면, 봄 가을 모두 암게가 맛있다고 보면 된다.

꽃게 암수는 배 딱지 모양으로 구분한다. 배에 둥근 딱지가 달렸으면 암게, 딱지가 뾰족하면 수게다. 알 밴 꽃게는 허연 배 밖으로 노란 알이 비친다.

같은 암게라도 등급이 있다.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상품은 크기 9㎝ 이상인 암게다. 연평도 어민 김성식(45)씨는 꽃게는 크기보다 무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묵직한 꽃게는 육질이 조밀하고 속이 꽉 차 있다. 속이 단단한 느낌이 드는 꽃게는 살에서 단맛이 난다”고 말했다.

상식을 뒤집는 경우도 있다. 살아있는 꽃게보다 냉동꽃게가 더 상태가 좋을 수 있다. 활꽃게는 상당 기간 먹이를 먹지 못한 상태다. 잡힐 당시 통통했던 게도 홀쭉하게 살이 빠졌을 수 있다. 반면 냉동꽃게는 경매장에서 거래된 즉시 영하 42도 이하로 급속 냉동해 저장한 것이어서 튼실한 살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게장을 담글 때는 냉동꽃게가 활꽃게보다 낫다. 경기도 화성 ‘백년꽃게장(031-354-8586)’ 이근하(47) 사장은 “활꽃게로 담근 게장은 간장 맛이 겉돌지만 냉동꽃게는 자연 해동되면서 간장이 게살 깊이 스며든다”고 귀띔했다.

좋은 게를 싸게 사는 방법도 있다. 시장에서 상인에게 넌지시 ‘몽당게’를 물으면 된다. 몽당게는 발이 떨어져 나가 몸통만 남아있는 게를 부르는 말이다. 판매대에 올라와 있지 않으니 아는 사람만 안다.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를 파는 ‘주석상회(032-884-9017)’ 정주열(46) 사장은 “먹을 것은 어차피 꽃게 몸통에 몰려있다. 발이 떨어져 나갔다고 신선도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꽃게 대자는 1㎏에 3~4마리 정도지만, 몽당게는 1㎏에 5~6마리를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같은 값으로 더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셈이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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