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변액보험·퇴직연금 … 한국 시장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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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펀드와 변액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다 퇴직연금제까지 도입되면서 국내 간접투자 시장이 급팽창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84조원이었던 자산운용시장 규모가 2010년 492조원, 2020년 2042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외국계 진출=24개국에서 217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ABN암로는 6일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김재상 이사는 "현재 5% 수준인 해외 펀드 투자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사무소를 설립하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한국에 정식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얼라이언스캐피털과 라자드.크레디스위스.JP모건 등도 한국 사무소를 신설했거나 운용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자산운용사 인가를 받은 외국계는 도이치.피델리티 등 11개사로 전체 운용사(44개사)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또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투자 자금 운용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KIC의 초기 운영 규모는 외환보유액의 10% 수준인 200억달러(약 20조5000억원)에 이른다.

증권사들도 아시아 지역 본부 기능을 한국에 두기 시작했다. 푸르덴셜증권은 구안 옹 푸르덴셜자산운용 대표를 국제투자부문 책임자(CIO)로 임명해 국내에 상주시켰다. UBS증권에서 한국 영업을 총괄하던 안승원 전무도 이달부터 북아시아 전체를 관장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지금까지는 주로 홍콩에서 아시아 시장을 총괄해 왔다.

◆ 해외펀드 판매 급증=외국계 운용사의 해외 펀드의 판매가 늘고, 국내 펀드 운용에서도 외국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팔린 해외펀드(순자산 기준)는 2월말 3조9681억원에서 6월말 4조3488억원, 10월말 5조7868억원으로 늘었다. 3~6월 4개월 간은 매월 약 950억원이 늘어나던 것이 7~10월엔 한달 평균 3600억원씩 증가한 것이다. 피델리티.푸르덴셜.슈로더는 각각 1조원 이상의 국내 자금을 해외에서 굴리고 있다.

해외 펀드 판매 증가 속도는 국내 펀드보다 빠른 편이다. 각종 국내 펀드 상품 판매(설정액)는 3~10월 3%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해외 펀드 상품(순자산)은 45% 늘어났다. 외국계 운용사는 지금까지 본사의 상품을 단순 번역만 했지만 내년부터는 판매 관련 제반 업무를 모두 할 수 있게 돼 이들의 해외 펀드 판매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펀드 부문에선 국내사의 점유율이 82%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 양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고,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외국계를 앞서고 있다. 그러나 채권형과 안정형 펀드 부문에선 외국계인 도이치운용과 랜드마크운용이 수익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퇴직연금 같은 장기 투자가 늘어나면 해외 분산 투자가 가능하고 장기 운용 기록을 보유한 외국사의 장점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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