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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찾아서<6>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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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l7세가 임진왜란·병자호란등으로 한반도에는 기근이 몇년이고 계속되었다.「이때 구황식으로 권장된 것이 죽이나 밥말이 또는 산야에서 뜯어온 나물로 만든 비빕밥으로 주곡인 쌀을 절약하도록 했다. 때문에 비빔밥이란 그 탄생자체가 품격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고 강인희교수(명지대)는 말한다.
비빔밥이 조선시대 조리서에 전혀 등장하지 않다가 1800연대말엽에 나온 시의전서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을 보아도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하나의 요리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밥을 정히 짓고 고기는 재워 볶고, 간납은 부쳐 썬다. 각종 남새를 볶아놓고 좋은 다시마로 튀각을 튀겨 부숴 놓는다. 밥에 모든 재료를 다 섞고 깨소금과 기름을 많이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 위에는 잡탕거리처럼 계란을 부쳐서 골패짝만큼씩 썰어 얹는다. 완자는 고기를 곱게다져 잘재워 구슬만큼씩 빚어 밀가루를 약간 묻혀 계란을 씌워 부쳐 얹는다. 비빔밥상에 장국은 잡탕국으로 해서 쓴다-.
한말의 전통음식이 고스란히 소개되고 있는 시의전서에서 비빔밥 만드는 법을 소개한 것이다.
17세기에 구황식으로 시작된 비빔밥이 지방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지고 생활이 향상되면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맛있는 요리로 발전했을 것이란 강교수의 의견이다.
비빔밥은 표현 그대로 밥에 적당한 음식물을 넣어 비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방색을 띠면서 근세에 들어 전주비빔밥·진주비빔밥·해주비빔밥등으로 그 조리나 재료에 따라 유명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해주의 비빔밥은 일명 골동반이라 했고 진주의 비빔밥은 밥 위에 얹는 나물이 화려해 화반이라고도 부른다.
전주비빔밥은 나물의 주재료가 콩나물인데 이는 전주의 콩나물이 예부터 유명했고 재배법이 발달해 그 맛이 아직까지도 유명하다. 그러나 진주비빔밥에는 콩나물대신 숙주나물을 쓰는데 이곳에서 콩나믈은 격이 낮은 식품이라 주장하고있다. 서울에서도 숙주나물을 많이 쓰는데 여기서도 콩나물을 격이 낮은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밖에 전주에선 콩나물국과 물김치를 비롯한 김치류를 함께 내놓지만 진주의것은 양이 적으면서 선지국을 곁들여 내놓는다.
이밖에 대구를 중심한 영남지방에 헛제사밥(허제반)이 비빔밥으로 독특한 향토색을 지니고 있다.
한말 식도락을 즐기는 어느 관찰사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핫제사밥은 제사때 먹는 제사밥에 비해 오히려 풍류를 더한다. 이는 진주의 일반가정에 아직 남아있는 풍습으로 밤참으로 마치제사를 지낸 듯 음식을 만들어 이웃에 돌리는 것이다.
예기에 밥은 봄철같이 따뜻해야한다고 쓰고있다. 비빔밥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히 지은 따뜻한 밥이다. 때문에 밥을 비빌때는 불 위에 얹어 비빈다.
알려진바에 의하면 처음 인류는 쌀을 구워먹다가 죽으로, 그다음 밥으로 조리법을 발전시켜봤다. 중국의 경우 아직도 밥을 죽처럼 끓이다가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밥을 짓는다. 따라서 끈기가 없는 밥을 볶아 먹는다.
우리나라처럼 밥을 짓는 일본에는 가야꾸메시(가약반)가 있으나 우리나라 비빔밥과는 다르다. 생선·고기·야채등을 쌀에 섞어 밥을 짓는 것인데 우리나라 술밥과 비슷하다.
끈기 있고 차진밥을 좋아하는 한국과 일본가운데서는 비빔밥은 독특한 한국의 전통음식이 되고있다.<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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