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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속으로 들어간 발레 … 강수진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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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희극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왈가닥 아가씨 ‘카테리나’ 역을 맡은 국립발레단 이은원·신승원·김지영(왼쪽부터)과 강수진 예술감독(맨 오른쪽). 작품 소품인 목마를 함께 탄 채 “진짜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강수진’표 색깔 짙은 국립발레단 신작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이 원작인 희극 발레다. 1961년부터 10여 년 동안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존 크랑코가 안무한 작품으로,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소속이었던 그는 97년부터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주인공을 맡았다. 2006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내한공연에서도 강 예술감독이 왈가닥 아가씨 ‘카테리나’ 역으로 무대에 섰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 재미있어 했다. 발레 대중화에 적격이다”라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국립발레단의 2015년 신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국립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아시아 발레단으론 처음으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판권을 획득해 꾸리는 무대다.

 강 예술감독은 “발레를 처음 보는 사람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21일 예술의전당 발레스튜디오에서도 연신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려운 기술을 반복 연습하던 단원들도 장면이 바뀔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주먹질을 일삼으며 천방지축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카테리나’와 그를 현모양처로 길들이는 능청스러운 신사 ‘페트루키오’의 팽팽한 공방전이 흥미진진해서다. 강 예술감독이 20년 가까이 감당했던 ‘카테리나’ 역은 국립발레단의 대표 발레리나 김지영·이은원·신승원이 돌아가며 맡는다. 강 예술감독은 자신의 노하우를 단원들에게 전하기 바빴다. “옆으로 이렇게 있지 마세요” “짧게 한번 해볼래요?” “얄미워 죽겠다는 게 몸에 배어나와야 돼요”라며 그 특유의 예의바른 존댓말로 동작 하나하나를 꼼꼼히 짚어줬다.

 말괄량이는 발레 여주인공에겐 이색적인 캐릭터다. 주로 고전발레·낭만발레 작품에서 예쁘고 청순한 여주인공을 맡았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은 “이렇게 우악스러운 연기는 처음”이라며 “일부러 꾸미는 거짓 연기가 아니라 스토리 안에서 실제 감정이 움직이는 진짜 연기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은원과 신승원도 “예쁜 역할은 아니지만 다른 매력이 있다”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모습에서 스스로 희열을 느낀다”며 연기 변신을 즐겼다.

 강 예술감독은 “나도 97년 처음으로 카테리나의 털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세 명의 새로운 카테리나도 자신의 개성을 찾고 표현력·창의력을 키우며 성장하고 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영상=유튜브 국립발레단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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