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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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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우연히 한국에선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란 걸 알게 됐다. 우리 할아버지는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어떤 일로 시각장애인이 되셨다. 할아버지 시계에서 한 시간마다 ‘지금은 ○시입니다’라는 음성안내가 나왔던 게 기억난다. 16세쯤엔 외발 자전거를 타고 할아버지 휠체어를 밀어드리면서 함께 산책을 자주 갔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과 교류가 많았던 셈이다.

 고교 때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니던 친구 한 명이 있었다. 학교에선 엘리베이터를 쉽게 이용하지 못해 거의 매일 다른 친구와 함께 휠체어에 탄 그 친구를 들고 힘들게 한 층, 두 층을 오르내렸다. 일요일마다 성당에선 동네 장애인 치료시설의 장애인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노래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치료시설 직원들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하고, 서로 장난치고 놀리기도 하며 지냈다. 처음 봤을 때는 놀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들은 장애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장난도 치며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독일에서도 1950년까지는 장애인을 편하게 대하고,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대접하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60년대 이후에야 경제개발과 함께 국민 사이에서 장애인을 배척하지 말고 이들을 위한 복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졌다고 한다. 독일 가톨릭 봉사단체 카리타스는 ‘모든 장애인한테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처럼 자기 인생을 책임질 수 있으면서도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장애인이 같은 권리를 갖는 국민이라는 것을 사회에 알려야 한다’ ‘장애인 차별을 반드시 방지해야 한다’는 네 가지 방침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에 와서 장애인 복지시설을 보거나 지하철에 장애인·노약자·임산부를 위한 전용좌석을 마련한 것을 보면서 좋은 인상을 얻었다. 독일에선 이런 좌석을 별도로 마련하기보다 어떤 좌석이든 양보한다는 시민의식에 의존한다. 이렇듯 한국과 독일에서 장애인을 위한 복지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열린 의식’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부터 장애인과 자연스러운 교류가 있어야 하고, 서로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의 생활을 ‘타인의 삶’처럼 생각하지 않고 서로 응원하고 더불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다니엘 린데만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