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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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차(기차)라는 말은 어딘지 독특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센티멘틀 저니」-. 그런 향수와 시정이 풍긴다.
요즘의 소년, 소녀들도 그런 인상을 갖고 있을까. 「칙칙폭폭」하는 소음과 구름처럼 뿜어내는 검은 연기에 향수는커녕 『저, 공해!』할지도 모른다.
기차는 네덜란드어 스톰와근(stoomwagon)의 한자 역이다. 일본 사람들은 서구문명의 창구였던 네덜란드의 「기차」를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
열차는 아마 영어 트레인의 역어 같다. 「트레인」 은 원래 사람이나 동물을 특정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훈련을 뜻한다. 궤도를 따라 많은 사람을 태우고 일정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기차를 보고 트레인이라고 한 것은 작명치고는 걸작이다.
중국사람들은 기차를 「화차」라고 한다. 불을 지펴 수증기의 힘으로 달려가는 거라는 곧이 곧 대로의 말이다.
우리말은 얼른 생각나는 것이 없다. 북으로 달리는 철로가 가로막힌 문산 역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절규를 써 붙여 놓았다.
철마-, 그런 절규엔 어울리는 말인데 친근감은 없다.
요즘은 우리 주위에서 기차가 사라진지 오래다. 아마 시골구석 철길이나 외롭게 달리고 있을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그런 기차를 잊지 못해 지금도 「SL」(스팀 로커모티브=증기 차), 「SL」한다.
굳이 기차가 아니라도, 요즘의 디젤기관차를 좀 로맨틱하게 설계할 수는 없는 것일까. 볼품없는 무쇳덩어리의 인상에서 벗어나 정감 있는 모양과 밝은 색깔을 갖출 수도 있을 것 같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가 그렇고, 프랑스 등 유럽의 열차들도 우리처럼 험상궂지는 않다.
마침 서울근교의 「적자철도」들을 민영화한다는 얘기도 있다. 적자의 원인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를 보다 친근감 있게 운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구박덩어리는 되기 않았을 것이다.
이런 철도들을 민영화하면 분명히「전원열차」로서의 낭만과 환호를 소생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그 철로의 요소 요소들이 관광지로 개발될 것이며 서비스도 한결 밝아질 것 같다.
민영철도쯤 되면 열차의 모양도 대담하게 바꾸어 볼만하다. 안락과 청결은 물론이고 그 색깔하며 기관차의 설계도 보다 세련되고 친근감을 주어야할 것이다.
그때쯤엔 우리의 생활공간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 같다. 전원에 살며 전원열차를 타고 서울을 오가는 생활은 상상만 해도 그럴듯하다. 철도의 민영화는 그런 로맨틱한 착상도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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