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목! 이 프로] 인터넷에서 배우는 일그러진 性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하루에 받는 쓰레기 편지가 평균 50통. 그중 절반 이상이 포르노 홍보물이라는 게 이 나라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감내하는 현실이다. 이 쓰레기 메일을 일일이 지워야 하는 짜증보다 더 큰 문제가 청소년들이 보는 피해다.

우리 청소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포르노 사이트.음란채팅.원조교제 등 왜곡된 성정보와 학생 임신.미혼모.낙태 등의 불행 앞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래도 "내 자식은 괜찮다"고 말하는 부모가 있는가. EBS 'PD리포트'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안이하고 무지한 것인지 지적하는 프로그램을 29일 밤 10시50분 방송한다. 제목은 '긴급진단-10대들의 성'(사진)이다.

지난해 명문고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모범생 김모군의 사례를 보자. 그가 박모양(당시 초등학교 6학년)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 부모님이 외출한 박양의 집에서 만난 김군은 급기야 박양을 성폭행하기에 이른다. 또 경기도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에 있는 송모(중3)양은 남자친구가 콘돔을 안 챙기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고 담담히 말한다.

제작진은 성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 2년간 특별활동을 해온 경기도 남양주시 광동고 학생들을 찾아가 앙케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성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성충동을 느낄 때 해소하는 방법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학교 성교육은 강사를 불러다 하는 일회성 행사에 그쳐 유명무실했습니다. 성교육이 어떤 면에서는 국.영.수보다 더 중요한 만큼 어릴 때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나이에 맞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연출을 맡은 김한중 PD는 "초경이 시작되면 의무적으로 산부인과를 찾도록 해 소녀들이 가진 문제를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형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