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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 다시 무대에 선 나훈아를 보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96년 KBS `빅쇼`에서 노래하는 나훈아.

어매가 팔다리가 쑤시다 해서, 한 시간 넘게 한참을 주물러 드렸다. 방에서 어매 몸을 주무르고 있으니 나도 심심하고, 어매도 심심하고, "아야야야, 노래 좋은 거 뭐 있냐." "듣고 싶은 거 있음 뭐든 말해 봐요. 요새 좋은 세상이잖아요." 그러다가 나훈아로 낙찰을 보았다. 젊었을 때, 부산 시청에서, 그러니까 시민회관 담당 업무를 보던 어매는 그 시절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나훈아도 그 중에 하나였다. 나훈아는 어매와 고향이 같다. 어매는 부산 초량, 나훈아도 부산 초량, 그러고 보니, 나도 태어난 곳이 부산 초량이다. 현철도 부산 사람이서인지 현철 얘기도 종종 한다. 현철과 벌떼들이라고, 다들 별로 인기 없어할 때부터 팬이였다고 했다. 나훈아 노래, 이것저것 검색해서 가만히 듣다 보니, 노래 참 좋더라. '잡초' 들으면서 괜히 "엄마 이거 딱 우리 얘기네" 하며 웃기도 하였다. 어릴 때부터, 어매가 좋아하기에, 완전 우스꽝스러운 포즈 잡으면서 나훈아 모창을 했지만, 잠잠히 듣기는 처음인 것 같다. '잡초' '사랑' '울긴 왜 울어' 등. 나훈아 히트곡 대부분이 자기가 작곡한 것이라고 해서 더 대단하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이벌 관계를 매스컴에서 이용한다. 나훈아의 라이벌 남진, 어매는 나훈아가 야성적이라나 뭐라나. 남자답다나 뭐라나. "남진은 기생오라비 같아"(남진 팬 여러분 미안합니다)란다. 한참 전성기였던 1970년대 상도 남진이 많이 탔고, 늙어서도 스캔들 없는 남진이지만 나훈아를 향한 어매의 팬심은 변함이 없다. 그 이유가 뭘까, 인기의 비결은? 옛날 스포츠신문 인터뷰같이 "나훈아씨 인기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혼 소송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나훈아지만 다시 무대에 선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

내 직업은 세상을 활자로 새기는 기자.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활자에 제목을 다는 편집기자다. 사람 기사에 제목을 달 때면 더 신경이 쓰인다. 그 삶을 몇 자로 줄인다니, 삶이 활자에 비틀어지고 우스꽝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진짜 나훈아의 삶도 나는 다 알지 못한다.

우리 어매가 하는 나훈아 얘기와 지금 내 제목과의 거리는 또 얼마나 멀고 먼지 모르겠다. 그래도 제목은 달아야 한다. 쉽고, 재밌고, 간결하게. 제 목을 달아야 한다.

※'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는 팬의 입장에서 쓴 대중음악 이야기입니다.

강남통신 김중기 기자 haahaha@joongang.co.kr

[김중기 기자의 B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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