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UP] 수출 드라마 현지 입맛 맞게 '제목 바꿔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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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방송 콘텐트 수출 1억 달러 시대, 해외로 수출하는 우리 드라마는 제목을 어떻게 달까.
우선 중화권에는 중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해 4자 성어를 주로 쓴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자요우진숸’(加油金順·‘힘내라 금순아’라는 뜻)으로, ‘옥탑방 고양이’는 ‘거러우난뉘(閣樓男女)’로 번역했다. 동남아권에는 영어를 주로 쓴다. 필리핀에서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보고 또 보고’를 뜻한다. 그래서 ‘인어아가씨’의 경우 대만에서는 ‘베이판아이칭’(背叛愛情)으로, 필리핀에서는 주인공 아리영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꾼 ‘아이린(Irean)’으로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국내에서 붙인 이름 대신 현지에서 새로 만들어 쓰는 경우가 많다. ‘겨울연가’를 ‘겨울소나타’(冬のソナタ)로 개명했듯, ‘다모’는 NHK에서 ‘채옥의 검’(チェオクの劍)으로, ‘대장금’은 ‘장금의 맹세’(チャングムの誓い)로 바뀌었다. ‘다모’와 ‘대장금’은 중국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소개됐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 수출이 활발해지면서 제작 단계부터 번역 제목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는 점. ‘신입사원’의 경우 제작 초기부터 ‘수퍼루키’라는 영어 제목을 준비했다. MBC 글로벌사업본부 박재복 차장은 “드라마는 현지어 제목에 따라 작품 이미지와 반응이 현저하게 달라진다”며 “현지 정서에 맞는 드라마 제목 번역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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