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구리·기름 … 실물펀드 '3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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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원자재를 잡아라'

연말 실물 투자를 '황금·구리·기름'의 삼두마차가 이끌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실물투자의 대세는 부동산.선박 펀드였다. 그러나 최근 금이며 구리 같은 원자재 값이 뜀박질을 하면서 원자재 펀드의 인기가 치솟자 금융회사들도 잇따라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HSBC은행은 8일부터 국제 유가 지수에 따라 금리가 결정되는 '파워 오일 인덱스 펀드'를 팔고 있다. 이 상품은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을 참조해 만드는 유가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가입한 뒤 지수가 한번이라도 가입 때보다 10% 이상 오르면 연 12%의 수익을 되돌려준다. 잠시 수급안정으로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내년에는 다시 유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실물펀드의 터줏대감인 금펀드의 인기도 여전하다. 한국씨티은행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금 값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골드지수 연동예금 2호'를 최근 내놓았다. 22일까지 판매 예정인 이 상품은 금 값이 1년간 기준가격의 92.5~107.5% 안에 머물면 최고 연 12.5%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상품은 최근 국제 금 값이 24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금 값은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30.2달러를 기록해 198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우려와 엔화 약세 등으로 금 값이 계속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구리 가격은 올 들어 40%가 올랐지만 여전히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뉴욕귀금속거래소(COMEX)에서 구리는 장중 파운드당 2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뛰었다. 구리 값은 중국에서의 건설경기 호황 등으로 강세다.

구리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외환은행 등에서 파는 '메릴린치 월드 광업주 펀드'가 선보였다. 각국의 금광회사와 광물 기업 주식에 나눠 투자하는 이 펀드의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40%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런 투자 붐에 따라 최근 5개월 동안 각국의 원자재 펀드에 150억달러(약 15조원)의 자금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금.구리 등 원자재에 투자할 때는 실물 가격이 올라도 원화가치가 상승하면 돌려받는 돈이 그만큼 적어지므로 '환(煥) 위험' 회피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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