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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줌마저씨 敎육 공感

남에게 맡기는 체험활동, 내 아이는 내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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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

주말 창덕궁 후원 방문은 미리 예약하거나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야 표를 구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참 부지런해야 가볼 수 있는 곳이다. 봄바람만큼 부푼 기대로 나서는 주말 후원 나들이는 여지없이 단체로 와 있는 아이들 때문에 망치기 쉽다.

20~30명의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한두 명의 청년들이 지도한다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 부모들은 자녀를 맡겼을까? 설명을 들으면서 이동해야 하지만 아이들의 시끄러운 잡담과 수다로 해설은 들을 수 없고 어느 코스로 진행이 되는지도 종잡을 수 없다. 해설사는 아이들에게 “그리로 가면 안 된다” 등등의 추가된 멘트까지 하다가 기운이 빠지고 일반인들은 중구난방의 공동 초등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피곤함에 빠진다. 좋았을 수도 있는 시간이 아이들로 인해 피곤한 시간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런 일은 매주 반복되고 후원 관람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똑같은 가방을 메고 똑같은 조끼를 입고 때로는 5명, 때로는 10명 정도 팀을 인솔한 선생님과 같이 따라다닌다. 아이들 중 정말 체험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인솔하려니 인솔자는 큰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인솔자는 증거물에 집착하는 듯 보인다. 어린 아이들은 무언가를 색칠해야 하고 조금 큰 아이들은 무언가를 써야 한다. 아이는 집에 가면 엄마가 “무얼 했느냐”며 물을 것이고 그에 대한 답으로 무언가를 내놓게 된다. 색칠 그림, 또는 필기를 한 종이 몇 장. 사실 엄마들도 증거물을 보고 “음, 잘 갔다 왔네” 할 뿐이다.

 하지만 부모가 따라가지 않은 체험활동에서 아이들은 야생마 수준이다. 그것을 인솔자가 모두 책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안내가 붙어 있는 궐내의 건물에 신발까지 벗고 들어가서 색칠 공부를 시키고 있는 인솔자를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아이가 엄마도 안 하고 아빠도 안 하는 행동을 한다. 그 아이는 도대체 왜 그럴까”의 답은 “선생님의 행동을 배운 것이다”.

 체험활동을 보내면서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해주려고 한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부모가 따라가야 하고 부모가 시켜야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어떤 단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체험이다. 내 아이의 교육을 남의 손에 맡겨버리는 일에 너무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가. 내 아이는 내 책임이다.

이미애 네이버 카페 국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