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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집 부부의 이웃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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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성인·박영자씨 부부(왼쪽부터 첫째와 둘째)가 8일 모금액을 권영준 청천2동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8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2동의 한 식당 앞에는 하루 종일 대형 천막이 쳐져 있었다. 천막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식당에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커피와 차를 대접했다.

이날은 인근 주민들에게 이미 익숙해진 '진천토종순대'식당의 '사랑 나누기' 날이었다. 13평짜리 이 식당 입구에는 '오늘 매상은 모두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모두 295만원 어치를 팔아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인천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6년째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성인(52).박영자(50)씨 부부는 "이제는 이웃들이 더 앞장서 주셔서 신이 난다"고 했다. 이 식당에 물수건과 소주를 납품하는 사람이 물품대금 전액을 기부했고, 파출부 아주머니도 하루 일당 4만5000원을 기부하고 돌아갔다.

이들 부부의 이웃 사랑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20년이 넘게 이 동네에 터를 잡고 살아 온 이씨 부부는 식당이 붐비는 것이 모두 이웃들 덕분이라는 생각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을 잡아 첫 행사를 벌였다.

좁은 동네에 금방 입소문이 나면서 평소보다 매상이 50%나 늘어 264만5000원을 청천2동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4월 17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두번째 가진 행사 때는 하루 매상이 317만5000원까지 늘어났으며 전액 장애인 세대 돕기에 보냈다.

정신지체 1급인 딸을 키우고 있는 이씨 부부는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볼 때마다 돕고 싶었던 맘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세번째 '사랑 나누기'를 열면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은 금방 옮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5000원짜리 순댓국 한 그릇에 1만원을 내고 가는 사람, 식당을 나서면서 전화로 또 다른 이웃들에게 참여를 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자원봉사에 나섰던 청천2동사무소 서무담당 이준수씨는 "이젠 다른 가게들도 이웃돕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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