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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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정과 노랑과 빨강등 3색의 벨기에 국기가 서울거리에 걸려있다.
「윌프리드· 마르텐」벨기에수상의 첫 방한을 환영하는 깃발들이다.
그 3색기는 벨기에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1831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 3색기보다 벨기에의 국화 튤립이 우리에겐 더 낯익다. 1948년 정부수립후 제일 먼저 우리나라를 승인한 것이 바로 벨기에였다.
6·25때는 보병 1개대대와 공군수송대를 파견해 우리를 도왔다. 지금은 남북한 직접대화, 유엔동시가입등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
벨기에는 대국은 아니지만 국제적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한반도의 7분의1 정도인 3만평방km의 면적과 1천만명이 못되는 인구지만 1인당GNP가 무려 9천7백2달러(81년)나 된다.
벨기에라는 국명 자체가 골부족어로 「전사」를 뜻하는 「벨고에」에서 왔다는 것만 봐도 만만치 않은 힘을 느낄수 있다.
수도 브뤼셀이 유럽공동체(EC)의 수도라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서독, 프랑스, 영국등 유럽3대민족국가의 힘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벨기에의 역할이 눈에 띤다.
「가장 유럽적인 모습을 지닌 나라」란 평도 듣고 있다. 동화속의 고도를 연상시키는 브뤼셀거리의 모습은 그 점을 수긍케 한다. 중세풍 고딕식으로 웅장하게 지은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거리는 인상적이다.
그 도시에 두개의 명물이 있다. 중심가 그랑플라스광장과 『오줌 누는 아이』의 동상.
그랑플라스는 프랑스의 문호「빅토르·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상찬했고, 시인「장·콕토」가 「화려한 극장」이라고 한 곳이다.
골목길속 건물 한쪽에 자리잡은 『오줌 누는 아이』는 1m안팎의 청동상이지만 세계적 명물이 돼 있다. 착하기만 해서 세상에 살수 없어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마친 「마누켄·피스」라는 사람을 기념하는 동상이다. 배고픔도, 옷걱정도 없이 어린애로 살라는 인정이 거기 새겨져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진 벨기에 국민이 지금 세계 최대의 미술관을 지하에 세우고 있다. 지하철 미술관이다. 86년까지 20억달러를 들여 세우는 지하철엔 1천만달러를 들여 미술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삶을 풍족하게 하는데 그들은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나라 관계에서도 풍성한 성과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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