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집값 잡으려 아파트 층수 제한한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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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해 용적률 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되 층수는 최고 20층까지 허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모처럼 정부와 서울시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최고 15층으로 제한하던 층수 규제를 평균 15층으로 완화한 것도 아파트 설계와 배치에 다양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20층이란 최고 층수 제한이 꼭 필요한지는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과밀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과도한 부담은 용적률 규제를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층수는 건물을 수평으로 펼쳐 지을지, 수직으로 쌓아 올릴지에 대한 선택일 뿐이다. 건물의 층수는 지형과 대지의 형태, 설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름다운 도시 경관과 쾌적한 주거환경 확보에 유리하다. 층수 제한은 문화재 주변 등 꼭 필요한 지역에만 국한돼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엄격한 층고 제한으로 인해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는 12~15층짜리 군대 바라크 같은 판상형 아파트들이 주로 지어졌다. 한강변을 아파트가 병풍처럼 막고 있는 것도 층고 제한 탓이 크다. 층수를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높고 낮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훨씬 변화 있는 조망의 연출이 가능해진다.

7일 서울에서 열린 주택협회 주최의 도심재개발 세미나에 참석한 프랑스 소르본대학 장 로베르 피트 총장은 "획일적인 똑같은 형태의 아파트에 시민들이 별 불만 없이 사는 것이 놀랍다"면서 "개성이 강한 미래 세대가 이 같은 주거에 만족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파리.도쿄.베이징 등 세계 대도시에서는 폭넓은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도심재개발로 도시 경쟁력 제고 노력이 한창이다. 이런 세계적인 트렌드를 무시하고 근시안적 집값 잡기 논리로만 도시 발전 방향을 정해 나간다면 도시 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란 점점 어려워질 뿐이다. 건물의 용적률, 층수뿐 아니라 전체적인 도시 관련 규제는 도시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