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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거센 도전 '한국호' 희망은 품질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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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커다란 경제적 변혁의 파도를 타고 있다. 선진국의 고품질.고부가가치 상품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저품질.저가상품의 틈바구니에서 탁월한 기술적 우위나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로서는 중간 정도의 품질과 가격으로는 수익성을 얻지 못한다는 품질협곡(品質峽谷) 이론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곤란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극복해야 할 경쟁자들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우리와 가까이 있는 중국과 인도, 일명 '친디아(Chindia)'는 향후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험준한 산맥이다. 이미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조만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전자.화학 분야에서의 저가공세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도 우리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어 '공화증(恐華症)'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차이나 쇼크를 능가할 인디아 쇼크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벽을 뛰어 넘는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선조들은 다른 민족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의 끼를 발휘하여 세계적인 품질 명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선조들의 장인정신과 창의력을 이어받아 '품질 대한민국'을 실현해야 할 때다.

그동안 우리 기업도 기획, 인사.교육, 제조, 출하 및 애로관리 등 기업경영의 전 영역에 걸쳐 QC.TQM.6시그마 등 새로운 품질관리기법을 부단히 도입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지속적인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2003년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3.2%, 일본의 75.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한다면 지난 30년간 우리의 성취는 아무래도 부분적인 성공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도 지난 3월 '품질강국 코리아(Q-Korea)'라는 기치를 걸고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품질관리기법을 개발해 이를 중소기업의 특수성에 맞춘 한국형 6시그마로 발전시킴과 아울러 국가품질 정보망(Q-net)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 품질 향상을 위한 사회 인프라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품질 혁신의 주체는 기업과 근로자이며, 그 성패의 결과 또한 기업과 그 구성원의 몫임은 분명하다. 경영자는 "품질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확고한 의지로 품질경영을 실천하고, 근로자는 "품질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디아'와 같은 막강한 경쟁자는 위기이며 기회다. 블루오션 전략이 지향하는 경쟁이 아닌 창조로서 가치를 창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10년 후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은 과연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우리 민족의 창의성과 우리 기업 및 근로자의 품질에 대한 욕구와 의지가 확실하다면 밝은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