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공연올가이드] 볼거리 2배…눈이 즐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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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부터 실시돼온 야간통행 금지가 해제된 것은 1982년 1월 5일. 이때까지만 해도 밤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제야의 밤뿐이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연인과 함께 보내는 전통은 통금 시절에 시작된 것이다. 최근엔 밤새 술에 취해 휘청거리기보다 다양한 이벤트를 곁들인 공연과 함께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12월 24일과 31일이 주말(토요일)과 겹쳐 예년보다 공연이 풍성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제야의 밤이 토요일과 겹친 것은 1994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그래서 2회는 보통이고 3회 공연까지 쉽게 볼 수 있다. 공연계의 '캘린더 마케팅'이 올해처럼 치열하게 펼쳐진 적은 없다. 관객에게는 이른 오후부터 심야 공연까지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 오후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심야에는 연인과 팔짱을 끼고 함께 공연을 즐기면 좋을 듯하다. 24일 조수미의 의정부 공연, 나윤선의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공연은 발레계의 연말 단골 메뉴 '호두까기 인형'.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국적으로 다섯 개의 다른 버전이 공연된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건 발레계의 양대 산맥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다. 국립발레단은 '살아있는 신화'라 불리는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를 초청한다. 그의 지휘 아래 정통 '호두까기 인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볼쇼이 발레단 소속 무용수가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반면 유니버설은 50여 명의 초.중학생을 포진시켰다. 프로 무용수와 조화를 이루는 꼬마들의 '앙증맞음'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뜻이다.

이장직.최민우.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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