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깎으면 점수도 깎겠다" 경북도, 혁신도시 유치 단체장 삭발경쟁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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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유치를 촉구하며 백상승 경주시장과 송웅재 군산시장 권한대행이 삭발한 뒤 혁신도시 입지선정을 앞두고 경북 지역의 시장들도 잇따라 삭발하는 등 단체장의 삭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의 삭발로 경북 지역의 혁신도시 유치전이 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경북도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위원장 홍철)는 "삭발하는 단체장은 입지선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 대구시 산격동 경북도청 정문에서는 안동.상주 등 11개 시.군 모임인 '경북 북부권 혁신협의회' 소속 회원 150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 김근수 상주시장과 상주 출신 이정백 경북도의원 등 13명이 머리를 깎았다. 여기에는 윤병진 안동시의원과 김수종 영양군의원도 가세했다. 이들은 "혁신도시가 낙후된 북부 지역에 들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삭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손이목 영천시장과 임상원.성태조 시의원 등 5명도 이날 머리를 깎았다. 영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삭발식에는 여성인 영천 출신 한혜련 도의원도 동참했다.

김천시도 집단 삭발을 하는 등 다른 지자체에 맞대응하는 집회를 9일 열 계획이었으나 취소한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의 삭발에 대해 경북도 입지선정위는 6일 "삭발.집단시위 등의 행동은 선정위에 대한 압박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공정한 입지선정을 방해하고 심각한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정위는 이어 "지역갈등 유발 행위가 계속될 경우 평가 점수 산정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도 "너도 나도 삭발을 해 식상하다"며 "논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대 홍덕률(사회학) 교수는 "혁신도시 결정을 코앞에 두고 삭발하는 것은 선정위원에 대한 명백한 압력"이라며 "대중선동식 삭발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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