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방극장서 인기끈 『오신』3월말 종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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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년간 매일 아침 일본의 안방극장을 독점, 주부들의 눈물을 강요해온 연속TV드라머「오신」이 3월말로 끝난다.
눈 많은 일본 동북지방의 한 촌에서 태어나 가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오늘까지 살아온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이 작품은 50, 60대 이상의 일본인들이 과거에 직접 겪였던「어려웠던 시대」를 재현함으로써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경제적 번영속에서「일본병증후」를 보이기 시작하는 젊은 세대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드라머가 방영되자 주부들이 일손읕 놓고 TV앞에 앉는 바람에 삿쁘로(찰황)에서는 수도 소비량이 격감했고 가족들이 TV앞에 모여 앉는 때를 틈탄 오신도루보(도둑)가 각지에 횡행하는 소동을 빚었다.
일본경단련회장「이나야마」(도산가관)씨는 이 드라머를 보고 눈물을 흘렸으며「나까소네」(중증근강홍)수상은「오신」국회론을, 「다깨시따」(죽하등)장상은「오신」경제론을 피력, 감단경제하의 인내를 호소했다.
작년 11월 일본을 방문했던「레이건」미국대통령까지 국회연설에서「오신」을 인용, 일본국민성을 칭찬해 갈채를 받았다.
「오신」의 시청률은 62.9%로 민간방송을 포함한 연속 드라머중 최상위를, 그리고 과거 방송된 모든 프로중 제5위를 기록했다.
일본을 휩쓴「오신」열풍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알 수 있다.
「오신」이 붐을 일으킨 배경에 대해 NHK의 한 관계자는 행정개혁으로 상징되는 저 성장시대에 인내로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식이 일본국민들의 심리저변에 깔려있어 이같은 심리가「오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교육이나 모럴의 황폐에 대한 반작용, 그리고「오신」의 일생은 바로 자신의 일생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들었다. 또 젊은층에는 부모들의 세대가 살아온 지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계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얘기다.
「오신」의「신」은 진·심·신·시·진·심 등의 일본발음으로 이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있다. 이제 일본에서「오신」은 고난을 인내로 극븍한 일본여성, 나아가 일본인 전체의 대명사로 자리를 굳히고있다. 그리고「오신」을 내세우는 심리의 한꺼풀 뒤에는 가난한 일본에서 경제대국을 이룩한 자만심이 꿈들대고 있음도 간과 할 수 없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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