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거인증 환자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나 이제 그만 자랄래…."

키가 2m 넘어 '킹콩'이라는 별명을 가진 최모(21)씨의 소원이다. 그는 말단비대증(거인증)으로 치료받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몸집이 커지는 병이다. 최씨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갑자기 거인이 됐다. 매년 10~20cm씩 꾸준히 키가 자란 것. 키뿐 아니라 손.발.턱 등도 지나치게 커졌다.

김모(35.여)씨는 수년 새 입술이 두꺼워지는 등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손과 발도 꾸준히 커져 발크기가 270mm를 넘는다. 달라진 외모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던 김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두 사람의 경우처럼 과도하게 큰 몸집과 얼굴로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말단비대증 환자들이 늘고 있다.

말단비대증은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생기는 병.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환경호르몬이나 방사선 노출 등 환경적 요인이 한 이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4년 한국말단비대증재단에 41명이 환자로 새로 등록돼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297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전 여자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42)씨가 투병 중이며, 영화배우 브룩실즈도 코와 턱 등이 계속 자라고 있어 이 병을 의심하는 의사가 많다.

한림대 의대 김두만(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 3000여 명의 말단비대증 환자가 있으며 매년 100여 명씩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말단비대증은 여성의 경우 발병후 4년, 남성은 8년이 지난 뒤에야 외형적 변화가 뚜렷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대해진 몸집이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끼쳐 당뇨병.심근경색 등 합병증으로 발전해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양대 의대 김동선(내과) 교수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므로 손발이 전보다 커지고 당뇨병 등 내분비계 질환이 있을 경우 검사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