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MBC 특혜만 있고 감시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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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렇다고 윤리적 문제를 제쳐놓을 수 없다. 너무 크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취재팀의 취재목적을 속인 행위, 취재 과정의 협박.회유, 유도성 질문, 몰래 카메라 사용, 취재 협조 대가(미국에서의 진로 관련 해결책) 제공 제의, 섀튼 박사에게 취재 내용 보고설 등 모두가 진상이 밝혀져야 할 중대한 언론윤리 위반 사항이다. 이 모두가 각국의 윤리강령에 명시적으로 금하고 있는 사항들이다.

법적으로도 취재목적이 아무리 고상하다 하더라도 수단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경우 취재행위에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설사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그 취재행위 자체가 위법행위가 돼 벌을 받거나 손해배상이 불가피하게 된다. 즉 연구원이 밝힌 것이 사실이라면 취재 과정의 협박성 질문이나 몰래 카메라, 본인 동의 없는 방영 등이 모두 위법사항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취재수단이나 과정이 위법한 경우 이로 인해 취득한 정보로 보도하는 것도 위법행위가 된다.

미국에서는 부정식품 취재를 위해 위장취업했다가 사기 및 주거침입 등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온 적이 있고(푸드 라이언 사건), 독일에서는 언론사에 자유기고가로 취업했다가 나중에 그 언론사를 비방하는 책을 쓴 사람에게 남을 속인 취재행위는 위법이라는 판결(빌트 사건)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기자가 정보를 빼내기 위해 여비서를 농락한 사건(외무성 기밀누설 사건)에서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춰 이는 위법한 취재행위라고 판시했다.

MBC는 이례적으로 YTN 보도 몇 시간 만에 사과방송을 냈다. 올해 들어 일곱 번째 사과였다. 이쯤 되면 아마 세계 방송사에 없는 기록일지 모른다. MBC는 2003년부터 2년 동안 무려 30건의 소송을 당했다. 이 역시 같은 기간 언론사 중 최다다. 반면 MBC는 방송법상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다. MBC에 대해서는 30% 소유규제조항 적용도 받지 않게 하고 있다. 서울 MBC는 지방에 19개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다. 여론의 다양화에 역행일 수밖에 없다. 미국 같은 자유천지에도 한 법인이 소유할 수 있는 방송사의 수가 제한돼 있다.

이러한 특혜에도 불구하고 MBC에 주어진 특별한 의무는 방송문화진흥재단으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다는 단 한 가지뿐이다. 특혜와 의무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MBC는 사과방송에서 자신을 공영방송이라 칭했다. '공영방송'이 방송문화진흥회법의 이 한 조항으로 합리화된다면 1년에 무려 일곱 번의 사과방송은 이 조항을 무색하게 한다. 무릇 모든 일에 권리에 상응한 의무가 따르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공적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공영방송은 공영화(空零化)할 수 밖에 없다는 어떤 교수의 말이 실감난다.

이번 사태와 관련, 일본의 한 판례(오사카 고재, 2002년)가 시사적이다. 한 주간지가 계속적으로 취재에 위법을 저지르자 법원은 기자와 회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나아가 대표이사에게도 회사 내에 불법취재를 막을 상시 윤리체제를 갖추지 않았다고 책임을 따로 물었다. 방송사의 PD나 리포터의 취재.보도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에 상응한 윤리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자를 갖고 있는 뉴욕 타임스도 1년에 1회 이상 전 기자에게 윤리·법제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김옥조 한림대 객원 교수, 언론윤리·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