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오리지널 짝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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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음~ 그런 제품은 없는데요."

"예? 인터넷에서 보고 전화하는 건데요."

"그래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데… 가짜인가 봐요."

무슨 소리인가. 사정은 이렇다. 최근 취재를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다 유명 다국적 기업 브랜드의 특이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제원 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본사에 문의했더니 그런 것은 수입한 적도, 만든 적도 없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브랜드 제품은 보통 본사에서 제품을 개발해 전 세계에 유통을 시키거나 한국 법인같은 현지 법인에서 본사와 상의 후 개발해 그 나라 시장에서만 유통하는 경우가 있다. 혹시 소수 고객을 위한 한정품을 수입해 파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다 하더라도 케이스까지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는 없다"는 대답이었다.

결론은 확실해졌다. 즉 '짝퉁'이었다. 유명 제품을 베낀 물건이라는 짝퉁은 지금까지는 오리지널 제품의 존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존의 디자인을 베끼는 것을 넘어섰다. 브랜드는 유지한 채 자체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가짜 케이스까지 버젓이 갖춘, 업그레이드된 '짝퉁의 세계'는 황당하면서도 놀랍다. '오리지널 짝퉁' 이라고나 할까.

사실 '짝퉁' 고민에서 자유로운 업체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키코리아의 경우 모조품을 잡아내는 것이 주임무인 브랜드 프로텍션 팀이 있다. 9월엔 부산 해운대에서 단속을 벌여 1건을 적발했는데 무려 4900여 점을 압수했다. 매달 평균 4건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한 달에 대략 1만 점 이상의 모조품을 압수하고 있다는 말이다.

왜 이렇게 '짝퉁'이 난무하는 것일까? 우선 오리지널 제품이 비싸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짝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낱 티셔츠조차 명품이라며 나날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명품 값은 거품'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짝퉁'을 찾는 소비자도 문제다. 중국에서 한국 제품 '짝퉁'이 판친다는 뉴스엔 흥분하면서 정작 한국이 베끼는 것에 대해선 관대하다. 아니 오히려 공공연하게 '국산 짝퉁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다닐 정도다. 앞서 말한 나이키처럼 브랜드 관리를 위해 돈을 쏟아부으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값에 반영되고, 그것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옷이나 가방에 유명 브랜드가 없으면 어떤가. 이젠 자기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 때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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