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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성 전 회장, 반기문 내세워 뉴 DJP 시도 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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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오른쪽 둘째)이 11일 오후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서산의료원을 찾아 조문한 뒤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산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주말 동안 정치권 인사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2일엔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과 원유철 정책위의장, 윤상현 의원, 정몽준 전 의원 등이 조문을 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도 다녀갔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양승조 사무총장 등 야당 의원들도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일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인제 최고위원, 이재오·정병국·홍문표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같은 날 새정치연합의 김한길·김영환·박수현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시장도 다녀갔다.

 빈소 주변에선 성 전 회장의 지역구였던 서산·태안 주민들을 중심으로 “같은 당 동료였던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발길이 생각보다 뜸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10일부터 사흘간 조문한 새누리당 의원들 중 지도부(김 대표, 유 원내대표, 서 최고위원, 원 정책위의장)와 충청권 의원(이인제·홍문표·김제식·이장우 의원)을 빼면 여타 의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성 전 회장이 ‘메모지’에 정부·여당의 유력 인사 이름을 남긴 만큼 여권 인사,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나서 조문을 하기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빈소를 찾은 야권 인사들 가운데는 ‘충청포럼’ 등의 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충청 출신 정치인이 많았다. 안희정 지사는 11일 “나는 ‘성 의원’보다는 ‘성 회장’이 익숙하다. (성 전 회장이)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과의 싸움은 우리 시대의 아픔이었고 자랑스러운 성공이었다” 고 말했다. 공주가 지역구인 박수현 의원은 “충남 지역에서는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외압에 의해 ‘정치적 타살’을 당했다는 의견이 많다”며 “(도와달라는) 성 전 회장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완구 총리 등 충청권 출신 정치인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야당의 충청권 의원들 외에 대표를 지낸 김한길 의원이 11일 빈소를 찾았다. 김 의원은 유족들에게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를 건넸다. 충청권의 한 야당 인사는 “DJP(김대중·김종필)연합 때부터 김 의원이 자민련 실무자였던 성 전 회장과 알고 지냈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이 야당 인맥이 두텁고 이번 사건으로 그의 집안과 새누리당의 관계는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동생인 성일종 고려대 겸임교수가 다음 총선에 야당 후보로 나올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빈소 주변에서 돌았다.

 특히 야당 일각에선 “성 전 회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자청하면서 정권의 표적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동교동계 맏형인 권노갑 상임고문이 ‘반기문 야당 대선 후보론’을 제기했을 때 ‘권 고문에게 이를 제안한 인물’로 지목됐다. 박지원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이) 의원직을 잃은 이후로 전화는커녕 밥 한 끼 먹은 적이 없다”면서도 “성 전 회장은 ‘뉴 DJP연합’의 형태로 호남과 충청이 손을 잡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우리 쪽(동교동계)을 잡으려 했지만 내가 틀었다(반대했다)”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서울=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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