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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가슴곰 새끼 5마리 출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이 지난 겨울 동면 과정에서 모두 다섯 마리의 새끼를 출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유전자 분석을 통해 야생에서 탄생한 반달가슴곰 한 마리도 추가로 찾아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가슴곰 새끼 다섯 마리가 지리산의 야생과 자연적응훈련장에서 태어났다고 12일 밝혔다.

이 중 두 마리는 2007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했던 어미곰 RF-25가 바위굴에서 동면하면서 낳은 것으로 암컷과 수컷 각 한 마리다. 또 같은 해 러시아에서 들여와 방사했던 RF-21도 바위굴에서 수컷 한 마리를 출산했다. 새로 태어난 새끼들은 모두 체중이 4㎏ 이상으로 건강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RF-21이 양육을 포기하고 달아나는 바람에 현재 새끼 한 마리는 야생동물의료센터에서 사람들이 기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리산 자연적응훈련장에서도 2011년 중국에서 도입한 어미 CF-37가 동면 중에 새끼 두 마리를 낳은 것이 폐쇄회로TV를 통해 목격됐다. 새끼의 성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종복원기술원은 야생 반달가슴곰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지금까지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암컷 한 마리(KF-52)를 추가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사현 복원기술부장은 "지리산 야생 50곳에 헤어트랩(hair trap)을 설치해 곰의 털(모근)을 채취, 유전자를 분석해 새로운 곰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야생에 곰을 방사하기 전에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해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야생에서 채취한 털에서 유전자를 분석해 대조해서 반달가슴곰 가계도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헤어 트랩은 철조망 비슷한 철사를 길게 설치한 뒤 가시에 곰의 털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다.

특히 이번 분석을 통해 찾아낸 곰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2004년 방사됐으나 발신기 위치 정보가 장기간 수신되지 않으면서 행방이 묘연했던 암컷(RF-05)가 낳은 새끼로 판명됐다.

종복원기술원은 또 이번 유전자 분석을 통해 2013년 당시 RF-21이 출산했으나 3~5개월만에 어미 곰과 떨어지는 바람에 행방불명됐던 수컷 한 마리(KM-51)도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반달가슴곰은 1년6개월 정도 어미와 함께 지내다 독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처럼 일찍 헤어져도 적응해서 살아남을 수 있음이 최초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지리산 야생에는 자연에서 태어난 24마리를 포함해 모두 37마리의 곰이 살아가고 있다. 지난 겨울 적응훈련장에서 새로 태어난 두 마리와 현재 인공 포육중인 새끼 한 마리 등 세 마리를 올 가을에 추가 방사하면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은 40마리로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4월 중순 이후 동면에서 깬 곰들이 점차 행동 영역을 넓혀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탐방객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정 탐방로를 이용하고 샛길(비법정탐방로) 출입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nvirepo@joongang.co.kr
사진=지난 겨울 어미 반달가슴곰 RF-25가 출산한 새끼 두 마리. 암컷과 수컷이 각 한 마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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