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성완종이 자꾸 전화 … 조사 받으랬더니 섭섭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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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쪽지에는 7명의 이름과 ‘부산시장’이라는 직함 등 모두 8명이 적혀 있다. 특히 이름만 적힌 이완구 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성 전 회장이 줬다고 주장하는 돈의 액수까지 기록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이 10일 공개되자 거론된 당사자들은 펄쩍 뛰었다. ‘2006년 9월 26일 독일 베를린’이라고 적힌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황당무계한 소설이고, 악의적인 허위 사실”이라며 “생존해 있으면 만나서 ‘왜 이런 식으로 했느냐’고 따지겠는데, 그럴 방법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비서실장은 “(전화통화에서) ‘억울하고 결백하다’고 해 ‘결백하면 조사를 받아라’고 했다”며 “(성 전 회장이) 섭섭했을 것이란 생각밖에 안 난다”고 했다. 다음은 8인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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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복 인천시장=“너무 황당한 얘기다. 내가 자민련 출신 사람을 어떻게 알겠느냐. 2007년 대선·경선 때는 (성 전 회장이) 나를 만날 수 있는 위치도 입장도 아니었다. 19대 국회에서 인사했다. 2012년 선진당과 합당 문제 때문에 얘기를 나누긴 했지만 돈 관련 일은 일절 없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마른 하늘에 번개 친 것 같다.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만난 적이 없다. 2007년 경선 때는 아예 그런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고, 19대 국회에서 알게 됐다. 돈 얘기가 오고 갈 여건이 아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내가 (새누리당) 사무총장일 때 자기가 미는 사람을 공천해 달라고 했는데 공천을 안 줘서 오히려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검찰 수사 3~4일 전쯤 국회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얘기밖에 안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황당하다. 성 전 회장과는 한 번 만나고 한 번 통화한 기억밖에 없다. 친밀하지도 않고, 친밀할 이유도 없다. 성 전 회장은 2011년인가 당 대표 선거를 할 때 서산·태안 지역 당원 간담회에서 본 것 같다. 그러곤 2013년 성 전 회장이 선거법 위반 재판할 때 나한테 도와달라고 전화 온 일이 있다. ‘변호사 잘 선임해서 대처하시라’고 했다. 메모는 악의나 허위로 썼다고 보지 않는다. 내가 당 대표까지 한 사람이니 누군가 측근을 빙자해 접근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병수 부산시장=“뜬금없다. (메모에) 부산시장이라고만 돼 있고, 내 이름은 안 들어가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내가 새누리당 사무총장이고 성 전 회장은 선진당 원내대표여서 처음 알게 됐다. 그 후부터 잘 아는 사이가 됐다. 몇 달 전 전화를 해선 ‘서울 오면 한번 보자’고 하더라.”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전혀 사실이 아니다.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자신이 클린 경선 원칙하에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기 때문에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참여 의원들을 비롯한 캠프 요원들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면서 어렵게 하루 하루 캠프를 운영했다.”

 ▶김기춘 전 실장=“황당무계한 소설이다. 하늘에 맹세하고 말할 수 있다. (롯데호텔) 헬스장을 가는데 무슨 수행비서를 데리고 가느냐. (헬스장은) 운동복으로 반나체로 뛰고 옷 갈아입는 데도 사람이 많다. 어디에서 10만 달러를 주고받고 하느냐. 2006년 9월 항공편 비용 등을 독일 재단에서 대줬다. 거금을 갖고 갈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독일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수행해 간 건 사실이지만 독일 가기 전에 그것을 빌미로 해서 무슨 여비를 보태주고 그런 일이 없다. 당시 2006년 9월 23일에 출국해서 10월 2일에 돌아왔다. (메모지에 적혀 있는) 9월26일에는 여기 서울에 없었다. 이것 정말 엉터리다. 10만 달러의 거금이 왜 필요한가. 그저 독일 갔으면 뭐 약간의 노자를 가지고 갔겠지. 그때는 야인으로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야당 국회의원이었다. 무슨 권력의 핵심이라서 그분이 큰돈을 주고 교제를 해야 할 그런 대상도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이건 정말 사실이 아니다. 내가 (2013년 8월) 비서실장 들어오고 난 뒤에는 한 번도 (성 전 회장과) 만난 일이 없다. 내가 불통이라는 말도 듣지만 외부 인사랑 접촉을 안 했다. 필요 없는 전화를 안 받기 위해서 휴대전화 (번호)를 두 번이나 바꿨다. 최근에 통화한 일도 없다. 이분이 조사받고 할 때 전화 받은 일이 없다. 다만 저 분도 잘 알고 나도 잘 아는 의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좀 도움을 청한 것은 내가 청와대에서 나오고 난 뒤에 전화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사람아, 지금 (내가) 그런 데 관여할 수 있느냐, 난 관여하지 않는다’ 하고 거절했다. 그러니깐 그런 것이 섭섭했을 것이다. (성 전 회장이 내게) 접촉을 해보려고 했으나 내가 응하지는 않은 것이다. (성 전 회장이 자살을 결심하기 전 김 전 실장의 집이 있는 평창동을 찾아간 일이 있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하자) 전혀, 전혀. 나한테 연락 온 일도 없고 만나자고 한 일도 없고 내가 평창동에 살기는 하지만 그분이 우리 집을 알지도 못할 것이다. 혹시 알아봤는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말 공직자로서 떳떳하고 깨끗하게 살아왔다. 이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모욕이다. 나는 교분이 깊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분한테 무슨 금품을 받는 일이 없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이병기 실장=“이름만 썼다는데 내가 무슨 돈 거래할 것이 있나. 검찰 수사가 언론에 보도될 즈음 자꾸 전화하고 연락 달라고 해 두어 번 통화했다. 억울하고 결백하다고 해서 결백하면 조사 받으라고 했다. 내가 성 전 회장 입장만 듣고 어떻게 검찰에 조사하지 말라고 하나. 두 번째엔 내가 언짢은 티도 냈다. 자꾸 전화 하지 말고 당당하게 조사받으라고도 했다. 결백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에서 뭐가 나오니 내가 거기다 대고 조사하지 말라고 할 수 있나. 검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고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도 전한 바 있다. 금품과의 관련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데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 그 다음에 전화가 오길래 안 받았다. 그게 다다.”

 ▶이완구 총리=“19대 국회 당시 1년 동안 함께 의정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나는 (성 전 회장이 만든) 충청포럼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와 내 대국민 담화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오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검찰 수사가 총리 취임 이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라고 주변에 답변한 적 있다.”

이가영·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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