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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콘셉트카는 프랑크푸르트, 신차는 파리에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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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3일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기술을 만나다, 예술을 느끼다’를 주제로 열린 서울모터쇼 2015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는 총 32개 완성차 브랜드의 차량 370종이 참가했다. 조직위 측에 따르면 개막 이래 8일까지 6일간 누적 관람객 수는 34만5000여 명. 성인의 경우 1만원(학생은 7000원)의 관람료를 내야 하는데도 평일에만 3만6000~3만7000명가량의 관람객이 구경했다. 이대로라면 12일 폐막일까지 당초 목표했던 65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조직위 측은 전망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무인주차 기술(기아차)이나 L당 100㎞의 연비를 자랑하는 하이브리드카(르노삼성 이오랩)처럼 신기술이 반영된 차량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어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터쇼의 인기는 비단 서울모터쇼만의 얘기가 아니다. 모터쇼는 자동차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면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사실 모터쇼는 처음엔 ‘부자들의 눈요기’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독일·영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상류층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레이스가 자주 열렸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만 인기 있는 차, 잘 팔리는 차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레이스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저마다 자기 차를 특색 있게 꾸몄다. 그러다 보니 관중은 자동차 경주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자동차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런 관람객들을 위해 당시 유행했던 산업박람회장에 눈요깃거리로 자동차를 전시한 것이 모터쇼의 출발이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모터쇼는 1897년 독일에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모터쇼다. 이는 23만5000㎡(약 7만1200평)가 넘는 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거대한 전시장에 전 세계 40여 개국, 2000여 업체가 참가해 자사의 기술력을 뽐낸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특히 유럽 지역 자동차업계의 개발 동향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독일 메이커들이 중심이 돼 열리는 만큼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모터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각 메이커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맞춰 각종 콘셉트카와 신차를 많이 내놓는다. 국내 업체들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편이다. 가장 최근에 열렸던 2013년 모터쇼에선 현대자동차 양웅철(61)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이 현지의 BMW 부스를 직접 찾아가 당시 최초 공개됐던 순수 전기차 ‘i3’의 양산형 모델을 15분 넘게 살펴봐 화제가 됐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기술 발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는 각 회사의 판매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일종의 ‘트렌드 쇼’ 역할을 한다. 파리모터쇼에서 유독 유럽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대규모 신차 발표회를 많이 여는 이유다. 파리모터쇼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다음가는 규모를 자랑한다. 1898년 프랑스 파리 시내의 튀러리공원에서 ‘파리 오토살롱’이라는 명칭으로 제1회 모터쇼를 개최한 이후 매년 열리다가 1978년부터 격년제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자동차 클럽 회원들이 모여 클럽 활동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지만 관람객이 10만 명을 넘어서자 이후 대규모 행사로 발전했다. 제1차·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잠시 중단됐던 때를 제외하고 파리모터쇼는 계속됐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은 파리모터쇼의 성격을 상류 중심의 사교장에서 대중 중심의 행사로 바꾼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종전 직후인 1919년의 파리모터쇼에선 전쟁의 영향으로 구급차·택시·화물차 등이 전시용 차의 주종을 이뤘다. 전쟁을 거치면서 프랑스 3대 메이커인 푸조·르노·시트로앵이 대량 생산업체로 변신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 밖에 1905년 시작된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도 유럽에서 열리는 주요 글로벌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나 파리모터쇼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에서 열리는 모터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자국에 자동차 생산업체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특정 업체에 편중되지 않는다’는 독특한 장점을 낳았다.

 미국 자동차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에서도 모터쇼가 열린다. 1907년에 시작된 북미국제모터쇼(디트로이트모터쇼)는 매년 1월에 열려 그해 세계 자동차업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가 디트로이트와 그 주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1989년 모터쇼의 명칭이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북미국제모터쇼로 바뀌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미국 자동차 빅3가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북미국제모터쇼 역시 그 세가 한동안 약화됐다가 최근 다시 미국 자동차산업의 부활과 함께 회복세에 있다. 한때 180만 명에 달했던 디트로이트의 인구도 70만 명까지 쪼그라들었다가 부활을 꿈꾸고 있다. 올 1월에 열린 북미국제모터쇼장에는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베라(54)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디터 체체(62)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AG 회장, 카를로스 곤(61) 르노닛산 회장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수장들이 대거 모여 각 사의 미래 자동차를 선보였다. 정의선(45) 현대차 부회장도 당시 북미국제모터쇼장을 방문했다.

 아시아에선 1954년 시작된 일본 도쿄모터쇼가 ‘맏형’ 역할을 한다. 초기엔 매년 열리다가 1975년 이후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1964년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전일본자동차쇼’란 명칭을 ‘도쿄모터쇼’로 바꿨다. 하지만 최근 중국 시장의 위세가 커지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도쿄모터쇼의 영광은 중국 베이징(北京)모터쇼와 상하이(上海)모터쇼가 이어 가고 있다. 1990년부터 개최된 베이징모터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그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중국이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배경에 둔 덕이다. 베이징모터쇼보다 5년 이른 1985년에 시작된 상하이모터쇼 역시 빠르게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 이달 22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는 완성차와 부품업체 등 20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하고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으로 보인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사진 설명

사진 1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5 서울모터쇼’ 언론 공개 행사에 등장한 배우 차승원이 마세라티의 콘셉트카 ‘알피에리’를 선보이고 있다. 마세라티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알피에리는 서울 모터쇼를 통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뉴시스]

사진 2~5 메르세데스-벤츠가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더 뉴 메르세데스 AMG GT’(사진 2), 기아차 콘셉트카 ‘노보’(사진 3), 현대차 콘셉트카 ‘엔듀로’(사진 4), 쌍용의 정통 SUV 콘셉트카 ‘XAV’(사진 5). [뉴시스]

[S BOX] 포니, 디자이너 덕분에 74년 토리노모터쇼 출전

글로벌 모터쇼 참가가 숙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제품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참가를 원해도 모터쇼 주최 측에서 받아주지 않아서다. 국내 자동차 업체 중 최초로 글로벌 모터쇼에 ‘출전’한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모터쇼에 ‘포니 ①’를 출품했다. 토리노 측에서 포니를 받아준 건 이 차의 디자이너가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던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77)였기 때문이다. 포니의 날렵한 디자인은 현지 모터쇼에서도 화제가 됐을 뿐 아니라 판매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포니는 양산 모델 출시 첫해인 76년 국내에서만 1만여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당시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아자동차는 91년 도쿄모터쇼에 스포티지R과 세피아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모터쇼에 처음 참가했다. 모터쇼 출품을 통해 기아차 측은 프라이드 일변도였던 수출차종을 다양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아차 관계자는 “SUV가 드물던 시절 스포티지R ② 의 등장은 해외 업체에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현 한국GM)는 9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출품작은 넥시아와 에스페로 ③ 와 같은 양산차 9종과 콘셉트카 2종 등 총 13개 차종. 김병수 한국GM 부장은 “당시는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동유럽 시장을 개척하던 시절”이라며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참가를 시작으로 라노스와 누비라, 레간자 등 세 가지 차종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93년 5월 바르셀로나모터쇼에 코란도 ④ 와 코란도훼미리 등 4륜구동 차량을 중심으로 출품했다. 같은 해 9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선 무쏘를 비롯해 코란도훼미리와 컨버터블 스포츠카 ‘칼리스타 ⑤’ 등 3개 차종, 4개 모델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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