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 수의 선물 … 점심 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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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80대 할머니가 노인들에게 손수 지은 수의(壽衣)들을 나눠 주고 점심을 대접해 박수를 받았다.

주인공은 제주시 이도1동에 사는 김경생(83.사진)할머니.

3년 전 제주시 향토유산 '수의제작'분야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김씨는 1일 제주시내 19명의 불우 노인들에게 자신이 만든 수의를 한벌씩 전달했다.

김씨는 또 이날 200여명의 노인을 제주시내 한 식당에 모셔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간편한 일상복을 선물했다.

수의 옷감 구입비와 점심식사 비용, 일상복 값을 합치면 1600여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2002년 1월부터 제주시에서 매월 20만원씩 지원한 무형문화재 기능 전승비를 저축하고 사비를 보태 이날 행사를 치렀다.

김씨는 "배운 기술이 수의를 만드는 것뿐인데, 나이는 들어가고 옷을 만들 기력도 점점 떨어져 더 늙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4세 때부터 어깨너머로 어머니에게서 수의 만드는 법을 배운 김씨는 94년부터 이도1동사무소 2층 노인공동작업장 한 켠에서 수의제작교실을 운영 중이다.

김씨는 10년 간 해마다 수의 2벌씩을 어려운 노인들에게 전달해 왔다. 또 20여년 전부터 해마다 동거부부 합동결혼식 때 이불 등을 선물하고, 사회복지시설 원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 왔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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