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승민 연설 후폭풍 … 이정현 “당 조율 없이 발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놓고 뒷말이 많다. 야당은 “명연설”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개인 의견”이라는 비판론과 “용감했다”는 의견이 맞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9일 라디오에 나와 “당내 조율 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유 원내대표가) 언급했다”며 “(발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율이 안 끝난 문제’란 증세와 공약가계부의 포기 등을 지칭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하며 재원 부담을 명시한 공약가계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134조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점을 반성한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로 친박근혜계가 비판에 앞장섰다. 홍문종 의원은 “당 입장을 고려해 심사숙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깝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도 “혼자보다는 함께 가는 길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거들었다. 비박계인 김정훈 의원도 “대통령 공약사항을 다 부정하는 것처럼 말하면 정부나 대통령 입장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는 “민주정당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분출하는 게 당의 발전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복지 문제는) 국회에 가 기 전에 당내에서도 합의하는 단계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당내 소장파는 유 원내대표를 치켜세우는 목소리가 많았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로운 방향, 꼭 필요한 핵심적 방향을 제시해 총선과 대선에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은 “‘유승민 개인 의견’이라는 의견이야말로 사견”이라며 “당이 가야 할 ‘중도 개혁을 통한 보수 혁신’의 좌표를 시의적절하게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당내 의견이 갈리자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의 칭찬에 “야당에서 너무 칭찬을 많이 받아 제가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세를 포함한 복지 문제는 내년 총선의 휘발성 이슈다. 새누리당이 4·29 재·보궐선거 이후로 논의를 미룬 무상급식·무상보육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면 노선 투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가영·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