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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산 덕유산 설중 등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국내 산중에 머리에 떠오르곤 하는 산이라면 아무래도 1939년 중학생때 올랐던 금강산(내금강∼비로봉∼온정리)에다가 그뒤의 한라산(관읍사∼개미등∼백록담∼남성각∼서귀포), 설악산(외가평∼가야계곡∼대컹봉∼컨불동계곡∼외설악), 그리고 지리산 종주로고단∼전망봉∼백무동) ,거기다가 덕유산송추(구천동계곡∼복덕유∼무용산∼남덕유)등이다. 이가운데 막내는 아무래도 덕유산이 되겠는데 그래도 다양한 맛으로는 그리 뒤질게 없노라고 덕유가 창변을 하고 나서면 할말이 없을 상 싶다. 딴은 그렇기도 하기에 말이다.
딴데의 산하고 다른 것이 첫째 80리의 물길을 거슬러야만 한다는 점이다.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하고의 경계선 가까이에 있다고 하여서 나제통문이라고 일켣는 작은산줄기를 뚫은 굴문에서부터 장장 32km의 물줄기를 따라가야만 저 귀에 익은「무주구천동」에 이른다. 이토록 길고 긴 물줄기를 벗하노라면 곳곳에 가경이 없을 수 없다. 범경가운데서도 일사대·수생대·파화등은 그냥 지나치면 『강아지 바위 지나간 격』이 되고만다.
삼공리(소위 구천동) 에서 1km 더 가서 주차장. 여기서부터 다시 백련사까지 6km가량의 물줄기를 따라 표고 9백m까지 2시간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 길여울이 가히 절경일레라.
더우기 5윌22일부터 l주일은 물철쭉의 절정기.
한라산이나 지리산·덕유산 등의 철쭉 취락하고는 또 다른 정취가 녹아 흐른다.
그 가운데서도 인윌당·다연대·이속대등은 하루해가 짧은것이 원망스러운 곳이다.
이윽고 일주문을 거치면 백담사. 실로 무에서 유가 나오는 「공절시색」이란 이백련사를 두고서 하는 말일까. 허수룩한 함석집 한채가 이토록 거찰로 환생을 하였으니 최현도 주지 스님은 간수불인가 보다.
덕유산등산을 하려면 밤길이 조금 늦더라도 이 백련사에서 잠자리를 얻는 것이 좋다. 적은 돈으로 공양까지도 받을 수가 있으니 주차장에서 백련사로 미리 전화를 하고서 올라가면 더욱 좋다.
액련사에서 정상까지는 2·3km 청년들이면 90분, 장년들도 2시간이면 족하다. 줄곧 숲속길인데 곳곳에 자작나무가 시상을 재촉하고 주목이 보이기 시작하면 정상이 가까왔다는 신호로 그 정상에서의 전망이 일품이다. 동천으로 가야산과 단지봉이 선연한가 하면, 동남쪽 아련한 하늘 끌에 동서로 누에 감이 엎드려있는 게 바로 지리전산이다. 노고단에서 전황봉까지 43km의 산 전체가 이토록 한눈에 들어오는 산이 글쎄, 딴데에 또 있을까 싶지않다. 정남으로는 남덕유까지 20km의 덕유능선이 고래등같이 누워 뻗어서 또 한눈안에 들어온다. 이 능선의 종주는 백련사에서 남덕유산 아래의 영각사까지 청년이면 11시간, 장년도 12시간이면 족하니 이종주를 권하고 싶다. 남덕유 가까이에는 샘터도 있고, 덕유전산이 끝까지 뒤돌아 보여지는 데에 더욱 큰 매력이 있다. 서남으로는 분외산, 배서로는 적상산이 발아래로 굽어보인다. 이 장쾌함이 우리를 산으로 이끄는 것일까
한데 장쾌뿐이 아니다. 바로 눈앞의 발치 덕유평원은 어림잡아 5만여평.
회귀목인 주목의 군락이 장관을 이루는데 이에 질세라 구상나무 또한 가세용 하고 있다. 이 주목 때문에 이 봉우리를 요즘 「향책봉」이라고 일컫고는 있지만 남·북덕유전체의 이름은 어김없이 「덕유산」임을 밝혀둔다.(근거‥l913년 발행 육당 감수의『산결생담 29면에 「덕유산삼-백암사-풍황산-자삼봉실지차개덕유」라고 되어있고 그 바로 다음이 「육십치」 로 되어있다) .
3월의 설중등반 또한 그 정취를 빼기 어려운데, 작년부터는 덕유평원에 대피사장이 설치되어있고 구조대까지 조직되어 있으니 마음놓고 오를 수 있어서 금상첨화격인가 한다. 류승국 <의사· 대한산연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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