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의혹' 규명 끝내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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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번 모두 기각되면서 검찰의 나라종금 의혹 재수사가 종점을 향하고 있다.

"또 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는 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뜻이 없다"는 게 25일 검찰 쪽 말이다. 安씨와 사건 관련자들이 수십차례 통화하며 말을 맞춘 정황도 캐냈지만 영장 기각으로 추가 수사마저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재수사는 민주당 한광옥 최고위원.이용근 전 금감위원장 등 거물급의 구속으로 꽤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이른바 나라종금 퇴출 저지 로비 의혹의 '몸통'규명에 상당히 접근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재수사를 촉발시킨 安씨 부분에 대해선 제기된 의혹들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검찰은 영장을 기각한 법원에 대해 이날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安씨가 받은 돈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관성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해명의 요지는 "국민 사이에는 대통령이 관련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있다. 그러나 盧대통령이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 증거나 진술은 없다. 모든 것은 증거에 의해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다.

◆"안희정씨가 정치자금 수령자"=현재까지 安씨가 받은 것으로 드러난 정치자금은 3억9천만원. 2억원은 나라종금쪽, 1억9천만원은 A창투사 쪽에서다.

검찰은 "돈을 준 사람들이 당시 安씨가 盧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인 줄 알고 있었고, 그 돈이 盧대통령이 설립한 자치경영연구원으로 들어간 것도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간 주체는 安씨며, 安씨는 독자적 판단으로 돈을 받아 정치활동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이 결과적으로 安씨가 받은 자금의 수혜자가 될 수는 있지만 법적 책임이 있는 수령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1억9천만원과 관련해선 "내 책임 하에 安씨에게 돈을 줬다"는 창투사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창투사의 대주주이면서 盧대통령을 후원해온 의사 李모씨가 자금 제공에 관련되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을 그냥 덮은 셈이다.

그러나 A창투사는 2000년 盧대통령과 형 건평(健平)씨가 관련 있는 생수 제조회사 '장수천'에도 1천만원을 투자한 사실이 있다. 따라서 장수천의 판매법인인 오아시스워터를 운영한 安씨에게 건네진 돈의 성격을 이처럼 간단히 넘긴 것을 석연찮게 바라보는 시각은 계속 남을 전망이다.

◆법원에 유감 표명=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을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열광과 대통령 측근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검찰의 수사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安씨가 1억9천만원을 받은 부분을 추가로 찾아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는데 '부실수사'라는 비판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다. 또 安씨를 '정치적 양심수'라고 표현한 소위 '시민변호인단'쪽을 향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그를 그렇게 부르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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