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궁금한 화요일] 1인 방송 스타, 포미닛보다 잘나가 … 지상파도 '힐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인터넷 1인 방송 시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브 스타 ‘양띵’을 비롯해 연 2억~3억원을 버는 고소득 1인 방송 BJ(Broadcasting Jockey), 스타급 1인 창작자(크리에이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아이돌과 지상파 방송도 인터넷 1인 방송에 뛰어들고 있다. 1인 방송의 제작을 지원하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도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MCN 인수 전쟁을 펼쳐 눈길을 끈다.

 1인 방송, 1인 창작자의 기반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이다. 먹방, 쿡방, 겜방(게임방송), 뷰티, 유머 등 기존 방송에는 없는 콘텐트가 주류다. 게임방송 진행으로 유명한 ‘양띵’(25·양지영)은 고정 구독자 300만 명, 누적 조회수 6억 건에 이르는 수퍼스타다. 구독자수가 JYP엔터테인먼트, 걸그룹 포미닛 채널을 앞선다. 2007년 고2 때부터 취미로 게임방송을 시작해 2010년 전업을 선언한 후 이제는 월 수익이 4000만~5000만원에 이른다. 양띵은 “1인 창작자는 작가, PD, 연예인이 하나로 합쳐진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양띵은 유튜브에 게임방송 외에도 ‘양띵의 사생활’ 등 총 8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게임방송으로 시작해 요리·애견 등으로 영역을 넓힌 ‘대도서관’(37·나동현)은 구독자 90만 명에 조회수 2억 건을 돌파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이 월 2000만~3000만원 선이다. 국내 유튜브 구독자수 30위 안에는 양띵, 대도서관TV, 악어유튜브(진동민) 등 1인 방송이 5개나 포함됐다. 웬만한 한류 기획사나 아이돌그룹, 방송사 채널 못잖은 수준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상파와 아이돌도 1인 방송에 뛰어들었다. MBC는 파일럿 편성한 1인 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크게 호평받자 정규 편성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방송인 김구라, 걸그룹 AOA의 멤버 초아, 셰프 백종원 등 6인의 스타가 인터넷 1인 방송에 도전하는 방식이었다. 채팅창을 통해 즉각적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생활밀착형 관심사를 공유하는 등 스타일과 콘텐트의 새로움에, 김구라·홍진영 등 기성 예능인들도 진땀 꽤나 흘렸다.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의 우승자는 소탈한 ‘쿡방’으로 인기를 끈 셰프 백종원.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는 지난달 말 아프리카TV를 통해 1인 방송 ‘FT아일랜드 UP’을 시작했다. 앨범 홍보 콘셉트지만, 시청자와 진실게임을 하고 게임 BJ와 게임 대결을 하는 등 기존 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올 초 방송된 M.net의 리얼리티쇼 ‘정용화의 홀로그램’도 가수 정용화가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이달 말 선보일 SBS플러스의 리얼리티쇼 ‘모델하우스 룸 오브 텐’은 출연자인 수퍼모델들이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Mnet의 리얼리티쇼 ‘정용화의 홀로그램’은 정용화가 기획·대본·연출·촬영·출연을 도맡는 1인 방송국을 운영한다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1인 방송의 강세와 함께 재능 있는 1인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수익을 나누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도 새로운 사업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유튜브가 1인 창작자들을 묶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처음 시작한 MCN은 이제는 동영상 스트리밍 생태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높은 성장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두주자인 유튜브 외에 CJ E&M이 ‘크리에이터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엔터테인먼트, 뷰티, 음악, 요리 등 국내외 281팀의 1인 창작자들과 제휴를 맺고 있다. CJ E&M은 지난 연말 이들을 위한 전용 스튜디오를 열었다. 아프리카TV 역시 40여 명의 인기 BJ와 제휴를 맺었다. 양띵과 악어, 아프리카TV 4대 여신의 하나인 이브(김이브) 등 스타급 1인 BJ들이 한데 뭉친 MCN(트레저헌터)도 등장했다.

 MCN은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도 핫한 존재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유력 MCN 업체에 대한 거액 인수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게임, 반려동물, 뷰티, 운동 등의 영역에서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10대와 키즈, 젊은 층을 잡기 위해서다. 디즈니는 지난해 5만 명 이상의 1인 창작자를 파트너로 보유한 MCN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워너브러더스는 북미 최대의 게임 유튜브 채널 ‘머시니마(Machinima)’, 드림웍스는 MCN ‘어섬니스TV(Awesomeness TV)’를 각각 인수해 화제가 됐다.

 CJ E&M MCN사업팀 오진세 팀장은 “1인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 미디어를 보완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버라이어티지가 13~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향력 있는 인기인은 누구인가’라는 조사에서 유튜브 스타들이 1~5위를 휩쓸었다. 기성 TV나 영화의 연예인을 제쳤다. 또 미국에서는 초등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끄는 등 ‘키즈 크리에이터’의 등장도 이슈다.

 임성희(SK플래닛) 박사는 “국내에서도 양띵처럼 키즈와 청소년층이 특히 1인 방송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시작 단계인 MCN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박사는 또 “1인 방송과 MCN의 강세는 지상파 방송 중심의 실시간 시청 행태를 결정적으로 흔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양띵 YouTube (YD Gaming Channel) 채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