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규제에 갖힌 산림골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현대인은 대부분 도시에서 살아간다. ‘콘크리트 정글’로 불리는 도시의 건물과 도로 등 각종 구조물을 짓는데 꼭 필요한 게 모래·자갈과 같은 골재다. 골재는 토목공사 용적의 80%, 건축공사 용적의 50%정도를 차지한다. 골재 없이는 건축도, 도시도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연간 골재 수요량은 약 3억3000만t, 국민 1인당 6.5t이다. 이 가운데 60%를 산지에서 토석을 파내서 만드는 산림골재로 조달한다. 강변과 해변 골재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갈수록 산림골재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산지관리법’, ‘환경영향평가법’등에 근거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악덕업자들이 허가면적보다 훨씬 많은 면적을 훼손하고 골재를 파낸 산지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는 등 탈법 행위를 일삼았던 탓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선진국에 접근하는 국민 의식수준, 채취 정보 공개, 첨단 감시 장비의 발전 등으로 사회적 감시체계가 발전했다. 이럼에도 산림골재 채취 인허가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가옥 또는 공장으로부터 300미터 이내에서 산림골재를 채취할 경우 인근 주민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가 신설됐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기존 채석지를 중심으로 연접 개발을 허용해서 골재 공급을 확대하거나, 대규모 집중 개발을 통해 소규모 난개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기존 채석장 인근으로 연접 개발하는 경우에도 신규 석산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 허가가 어려운 사례가 많다. 산림 보존을 위해 신규 채석지 허가가 어렵다면 기존 채석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줘야 골재 공급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채석 허가의 대형화와 집중 개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채석단지 제도를 도입했는데,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수도권 북부에는 6개의 채석단지가 몰린 반면 수도권 남부는 1개밖에 없다. 충청과 호남지역도 채석단지가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채석단지로 지정되더라도 시멘트광산처럼 안정적인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시멘트사업은 ‘광업권’을 인정받아 25년간 안정적인 사업이 보장된다. 반면 골재를 공급하는 석산은 거의 매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웃 일본이 ‘채석권’을 인정하여 산림골재도 최소 20년간 장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이런 문제의 근원은 산림골재의 인허가권을 산림청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보호가 목적인 산림청은 골재채취 인허가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또 일정규모 이하는 지자체에서 채취허가를 담당하는데, 지역 민원을 의식하여 골재채취 허가에 미온적인 경우가 많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에서 산림골재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영국은 도시계획·건축허가 등과 연계된 지역계획당국(Local Planning Authority)에서 허가권을 갖고 있다. 우리도 산림골재 인허가권을 국토부나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되 산림청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행정체계 개편을 검토해야할 것이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