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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초 40조 계획했지만 흥행 자신 없어 20조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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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 달 한도 5조원, 총 한도 20조원으로 설정됐던 안심전환대출 4개월치는 불과 나흘 만에 모두 소진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9일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집중돼 이를 받고자 했던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요 예측 실패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2차분 20조원 증액을 합해 총 40조원이면 충분할까. 그렇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애초 첫 한도를 40조원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그러나 흥행에 자신이 없었다. 한도가 차지 않으면 정책 실패로 비판받지 않을까 우려했다. 여기에 한은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 주택금융공사의 자금 여력 등을 감안해 우선 20조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에 미뤄둔 나머지 20조원을 한번에 풀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약 366조원이다. 금융당국은 이 중 ▶이자만 갚고 있거나 ▶변동금리인 대출액을 255조원으로 집계했다. 원금을 갚는 고정금리 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높아 ‘구조개선’ 대상으로 분류되는 가계빚이다. 이 중 안심전환대출 조건에 부합하는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액 5억원 이하 대출은 약 112조원을 차지한다. 정부가 설정한 1, 2차분 한도(40조원)가 모두 전환되면 대상 대출의 3분의 1가량이 안심대출로 갈아타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해) 당장 원금까지 갚을 여력이 되는 가구가 한정적인 걸 감안하면 40조원으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1차분 소진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은행 창구에 이례적인 대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정부가 추가 수요가 1차 때만큼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1차분 안심전환대출이 인기를 끈 비결로는 ▶낮은 상품 금리 ▶기준금리 인상 불안감 ▶편승효과 등이 꼽힌다. 은행과 정부가 부담을 나눠 진 안심전환대출 금리(연 2.5~2.6%)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로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3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1.75%)로 낮추면서 당초 연 2.7~2.8%로 전망되던 금리는 판매 직전에 0.2%포인트가량 더 떨어졌다. 입소문도 한몫했다. 한도가 정해진 대출이다 보니 늦게 가면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대출자의 발길을 은행 창구로 이끌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다. 24일과 25일 각각 4조원대 판매액을 기록한 신청액은 26일 5조원대, 27일에는 6조원가량 팔려나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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