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컬 광장] 제주를 보물섬으로 이끌 전기 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0호 30면

지난해 8월 15일, 뜻 깊은 광복절에 나는 조그만 독립을 선언했다. 바로 화석 에너지로부터의 독립, 전기자동차를 타기 시작한 것이다. 기아 소울 전기차다. 관용차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단체장은 처음이라며 언론도 여러 번 보도했다. 쑥스러웠지만 전기차가 대세임을 알리는 의미에서 나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전기차를 탄지 8개월째니, 이젠 홍보맨 역할을 해도 될 듯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언제 시동을 걸었고, 언제 출발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조용하다. 특히 운행비가 적게 든다. 기존 관용차는 한 달 기름 값이 60만 원을 넘었는데 전기요금으로 계산해보면 3만 원 정도다. 돈을 버는 기분이다.

자랑은 그만하고 본격적으로 전기차 이야기를 해보자. 제주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기차를 대중화·상용화한 곳이다. 2013년 보급을 시작했는데 올해는 1500여 대를 추가 투입한다. 신청자 경쟁률이 4.5 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제주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환경의 보물섬이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를 모두 보유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전기차는 무공해 제주의 미래 가치와 더욱 부합한다. 제주도는 버스·택시·렌터카를 포함한 모든 차량을 2030년까지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2030년이면 휘발유나 디젤 차량은 한 대도 없게 된다.

꿈일까? 15년 전을 생각해보자. 2000년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꿈일 뿐이었다. 이 계획은 에너지 자체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거대 프로젝트의 하나다. ‘2030 탄소 없는 섬 제주’ 프로젝트다.

화석 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면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독립이 아니다. 바람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충전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탄소 없는 섬’ 제주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새로운 기술과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새 기술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발전소나 송전망 건설비를 ESS기술개발과 보급에 투자한다면 전력체계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에너지 신기술은 통일시대에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소할 원천이 될 수 있다. 전기와 에너지로 북한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신기술은 통일에 대비한 필수요건이며, 그 출발점은 제주가 타당하다. 한라에서 백두를 넘어 만주벌판, 시베리아로 연결돼야 한다.

예전에는 육지의 기술·자본이 섬으로 밀려왔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정부도 제주도 전기차 지원을 단순 투자가 아닌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창출하는 가치 투자로 봐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전기차는 산업면에서도 중요하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 전기차 생산을 위한 타이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엘런 머스크는 3개월 안에 기존의 전기자동차에 무인 주행기능을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2020년 500만대 보급’ 계획을 세우고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도는 2016년 전기차 특구 지정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 제주도 전역에 대한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과 협력해 추진 중이다.

제주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적인 전기차 인증센터이자 테스트 베드를 만드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검사 등 전기차 사용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 테스트와 연관 산업을 제주도에서 실험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전기차 기지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15일 제주에서 폐막한 세계 유일의 ‘전기자동차 엑스포’는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올해 2회째인 이번 엑스포엔 국내외 80여 개 자동차 관련 기업이 참가하고, 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지난해보다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전기차 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다양한 연관 산업을 육성하면 창조경제의 새로운 생태계가 될 수 있다.

제주에선 전기차를 렌트할 수 있다. 렌터카 업계에선 전기차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한다. 곳곳에 설치된 1000여 개의 충전기를 현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팁 하나. 충전기 위치를 바로바로 알려주는 전기차 충전소 앱을 미리 다운 받으시길. 노란 유채꽃으로 칠해진 제주의 봄날, 전기차의 섬 제주로 당신을 초대한다.



원희룡 1964년 제주 출생. 서울대 법대와 제34회 사법시험에 각각 수석 합격했다. 16·17·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사무총장 및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2014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에 취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