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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박태환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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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26)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금지약물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핑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굳은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박태환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박태환은 "처음에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선수 생활을 이어온 10년 동안 매월 도핑 테스트를 받았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결과가 잘못 나온 거라 생각을 해 재검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깨달았다"며 "고의성 여부를 떠나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는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약물에 의지하지 않았고, 훈련 이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담담하게 사과문을 읽어가던 박태환은 '약쟁이'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한동안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에도 눈물을 훔치거나 코를 훌쩍이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그동안 수영장 밖 세상에 무지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했다.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둘러싼 의혹을 모두 지우진 못했다. 예민한 질문에 대해서는 동석한 우상윤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와 상의한 후 신중하게 대답했다. 투약 시점과 횟수에 대해 박태환은 "피부 관리를 위해 지인의 소개로 병원을 가게 됐다"며 "지난해 7월 29일 처음 주사제를 맞았고, 이후에는 감기 치료를 위해 소염제주사를 맞은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지난 2013년 12월 처음 주사를 맞았다'는 일부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박태환은 자신에게 남성호르몬제인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된 주사 '네비도'를 투약한 T병원장을 지난 1월 검찰에 고소했다. 박태환은 "내가 맞은 주사가 호르몬 주사라는 건 도핑에 적발된 이후에 의사를 통해 처음 들었다"며 "도핑과 관련된 것은 안 된다고 여러차례 설명했다. 미리 투약 리스트를 받아 확인했고, '문제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투약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을 공개할 생각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변호사가 대신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지난 23일 FINA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청문회를 통해 징계가 확정됐다. 박태환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된 9월 3일부터 징계가 소급 적용돼 내년 3월 2일에 풀린다. 박태환이 내년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금지약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제1장 5조 6항)을 고쳐야 한다. '이중 징계'라는 견해과 함께 '박태환만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박태환은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과 가족들과 상의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힘든 훈련도 잘 견디고 하겠지만 지금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단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사진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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