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나는 결과보다 과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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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위플래쉬’ 마일즈 텔러

‘위플래쉬’(원제 whiplash, 3월 12일 개봉, 다미엔 차젤레 감독)에서 ‘드럼에 빠진 청년’을 연기한 마일즈 텔러(28)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20대 배우다. 그의 행보는 늘 예측을 벗어났다. 블록버스터 액션에서부터 B급 코미디, 잔잔한 멜로부터 광기가 폭발하는 드라마까지 가리지 않았다. 제87회 아카데미 3관왕을 수상한 ‘위플래쉬’ 역시 그의 그 자유로운 선택 기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그가 ‘위플래쉬’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마일즈 텔러와 수화기 너머로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위플래쉬’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랐는데.

“꿈만 같았다. 단 19일 만에 찍자마자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때도 어안이 벙벙했는데 요즘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을 경험하고 있다.”

-‘위플래쉬’를 선택했던 이유는.

“투지와 용기, 진정성과 자신감 같은 내용이 좋았다. 지금 내 나이, 내 수준의 커리어에서 이만큼 도전적인 캐릭터나 스토리를 만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기회를 만났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악기를 다뤘다고 들었다.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기도 했고, 기타도 즐겨 연주한다. 드럼 스틱은 열다섯 살 때 처음 잡았다. 뉴욕대에 다닐 때도 좁아터진 기숙사 방에 내 드럼 세트를 갖다 놓을 만큼 어딜 가든 드럼과 함께였다. 하지만 영화에서 재즈 드러머 역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웃음). 앤드류 역을 맡고 주 3회 하루 4시간씩 연습했다. 촬영 초반엔 피가 묻은 드럼 세트를 보고 감독에게 ‘이건 오버 아니냐’고 했는데, 하다 보니 정말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가 났다. 특히 후반부 몰아치는 연주는 저절로 몰입하게 됐는데, 첫 테이크부터 하도 진을 빼니까 J K 시몬스가 ‘좀 살살 하라’고 말릴 정도였다. 하하.”

-앤드류와 자신을 비교해본다면.

“목표하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내달리는 부분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내겐 앤드류가 갖지 못했던 균형 감각이란 게 있다. 나도 분명 연기를 통해 성취하고픈 목표가 있다. 하지만 그 길이 아주 멀고 긴 여정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난 그 먼길을 가는 과정 전체를 즐기려 한다.”

-혹시 학창 시절 앤드류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

“열한 살 때 피아노 선생님이 날 몰아세웠는데, ‘내가 그것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 생각하고 레슨을 그만뒀다. 또 학창 시절 야구팀 코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타입이었는데, 그를 존경할 수 없었다. 내 경험을 돌아보니 최고의 결과물은 무섭게 내몰렸을 때나 누가 시키는 대로 했을 때가 아니라, 기분 좋은 협동을 했을 때 나왔다.”

-촬영 현장에서 J K 시몬스와의 사이는 어땠나. “카메라 앞에선 아주 강렬하고 무섭게 변했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편안하게 스포츠 이야기를 하며 함께 수다를 떨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차기작 ‘라 라 랜드’ 출연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럴 생각이다. 그는 훌륭한 감독일 뿐만 아니라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대본만으로 캐릭터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각본가이기도 하다. ‘라 라 랜드’에서는 피아니스트 역을 맡는다.”

-출연작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 “정극 배우, 코미디 배우 같은 타이틀 아래 날 가두고 싶지 않다. 계속 나 자신을 시험해보며 연기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싶다.”

-‘위플래쉬’가 3월 12일 한국에서 개봉했는데. “이렇게 작은 인디영화가 한국에서까지 개봉됐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기쁘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관객과 꼭 만나고 싶다.”

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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