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류, 신주류·개혁당 인적청산론에 勢모으며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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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창당을 둘러싼 민주당 내 신.구주류 갈등이 본격적인 힘겨루기 국면으로 들어갔다. 신주류가 '통합신당추진모임'을 결성하자 구주류는 21일 '민주당 정통성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에 동조하는 의원 38명은 대부분 지난 16일의 워크숍 불참자들이다.

감정싸움도 가팔라지고 있다. 신주류 강경파와 개혁국민정당이 동교동계와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을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했고, 구주류는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지키는 리모델링=동교동계와 후단협 등 구주류 의원들은 이날 밤 모임을 열고 ▶당 해체 반대 ▶민주당의 정통성과 법통을 지키는 외연 확대를 결의했다.

동교동계의 정균환.김옥두.이윤수.윤철상 의원과 후단협의 최명헌.유용태.장성원.장재식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구주류 중진인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朴위원은 "현재 38명이 서명했지만 숫자를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면서 "세 불리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뜻을 같이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은 19~26명이 참여한다는 데 나머지는 대부분 통합신당"이라고 주장했다.

구주류는 "민주당을 지키면서 외연을 확대하는 신당을 신주류가 수용하면 신당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절충의 여지를 남겼다.

김옥두 의원은 "당 해체는 절대 안된다"고 했고, 유용태 의원은 "신당을 할 사람은 당 밖으로 나가서 하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朴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신주류 강경파들의 인적청산 발언을 "오만방자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권력 주변에서 인적청산을 구상하고 있고, 그 대상은 후보 단일화 세력과 동교동계"라고 盧대통령쪽을 겨냥한 뒤 "후보 단일화가 안됐으면 盧대통령이 당선됐겠느냐, 단일화 세력에 대한 공격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교동계와 후단협은 죄인"=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 내정자가 구주류 중진 5명을 청산 대상으로 거명한 데 이어 21일엔 개혁당이 후단협과 동교동계의 퇴진을 요구했다.

개혁당 소속인 허동준 신당추진위 대변인은 "권력만을 좇는 불나방처럼 자기 당 대통령후보를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민주적 가치를 부정한 동교동계와 후단협은 죄인"이라며 "개혁신당 창당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중단하고 정계를 떠나라"고 말했다.

개혁당의 민주당 구주류 공격은 민주당 신주류 주도의 워크숍에서 신당 방향이 '문호개방형 통합신당'으로 결론난 이후 가열되는 양상이다. 김원웅 대표와 유시민 의원은 "구주류와 함께 하는 무분별한 신당엔 참여할 수 없다"고 노골적 반감을 보였다.

신주류 강경파인 신기남 의원도 "인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애걸복걸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류 강경파와 개혁당이 구주류를 공격하는 데 대해 주변에선 "민주당 해체-신당 창당 계획이 구주류의 반발로 어렵게 될 경우에 대비, 탈당 명분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신주류 강경파들은 집단 탈당을 한 뒤 당 밖의 개혁세력과 결합하는 개혁신당 구상을 전부터 주장해 왔다.

이정민.신용호 기자

<사진 설명 전문>
정균환.장재식.김옥두.박상천(오른쪽부터) 등 민주당 구주류 의원들이 21일 저녁 신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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