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채, 복수전공자도 이공계 학점만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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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상반기 대졸 공채부터 이공계와 인문계를 복수(이중) 전공했다 하더라도 이공계 학점만 반영하는 새로운 공채 제도를 실시한다. 인문계나 예체능계로 입학했다 하더라도 이공계 학과를 복수 전공하면 입학 학과와 관계없이 이공계 학점만 채용에 반영한다. 주 전공이 이공계인 지원자를 우대하는 기업은 있었지만 복수 전공자의 인문계 성적을 아예 보지 않기로 한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는 올해 약 7400명의 신입 대졸 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페이스북 채용 홈페이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채용 개편안을 공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자공학·화학공학·컴퓨터공학 등 공대 계열은 인문 등 타 계열에 비해 수업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대학생들이 생산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이공계 공부에 충실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준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공대생도 취업을 목적으로 경제·경영 등 상경계열을 복수 전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차에 입사하려면 굳이 취업 준비용으로 상경계열 복수 전공을 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인문계열 입학생도 현대차 취업을 원할 경우, 이공계 복수 전공에서 높은 학점을 받으면 선발 인원이 적은 인문계열 직종을 피해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는 주 전공과 복수 전공이 모두 비이공계인 지원자에 대해선 기존대로 전체 학점을 합산해 제출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또 외국 대학 출신 지원자는 토익·토익스피킹 같은 영어 공인인증 시험 성적을 아예 기입하지 않도록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외국 대학 출신 구직자들은 졸업 논문을 영어로 쓴 만큼 굳이 사교육을 받아 토익 점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실력은 있다고 본다”며 “실력과 관계없이 시험 성적에만 목매는 ‘스펙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대신 실질적인 영어회화능력 평가는 강화한다. 앞으로 현대차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은 일대일 영어 대면 면접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봉사활동 동아리나 방학을 이용한 농촌 봉사활동 등은 직무와 직접적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가산점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3일 공채 원서 접수를 마감한 현대차는 다음 달 11일 현대자동차그룹직무적성평가(HMAT)를 실시한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입사 시험을 치르며 삼성그룹보다 하루 빠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전공과 각종 활동은 더 우대하고, 점수화된 스펙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추는 쪽으로 채용 제도를 바꿔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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