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에도 주한미군 필요" … 문재인, 안보이슈 적극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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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으로 전직 당 대표 등을 초청,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왼쪽부터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공동대표, 문 대표. [김성룡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3일 “주한미군의 역할은 통일 이후에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돈 라흐만 수석 논설위원과의 면담에서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의 제안으로 이뤄진 면담에서 문 대표는 ‘남북 통일이 된 후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한가’란 라흐만 논설위원의 질문에 “주한미군은 남북 평화 유지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동북아 공동 안보체제가 형성될 때까지는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답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선 “박근혜 정부 임기 동안 성과를 내려면 올해 중 정상회담 성과까지 가야 한다. 정부가 그런 자세를 갖는다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취임 후 ‘경제와 안보’ 메시지를 부각하고 있다. 한 측근은 “주한미군에 관한 발언은 안보 측면에서 안정적인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표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한·중 교역량이 한·일, 한·미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정치·군사 등 전면적이고 포괄적으로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추 대사가 “중국 공산당은 문 대표가 방문하면 환영할 것”이라고 하자 문 대표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찬 땐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초청해 박 대통령과의 회동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문희상 전 위원장은 “긴장하거나 경직된 모습 말고 유연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임하라”고 조언했다. 안 전 대표는 “(경제 문제에) 야당의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도 경험담과 과거 사례들을 들어 구체적인 충고를 했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나와야 한다”거나 “일방적 발표가 나오지 않도록 미리 말을 준비하라” “준비한 발언을 언론에 공개하고 청와대엔 자료를 주고 나오라” 등의 ‘훈수’가 나왔다.

 이날 문 대표는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기독교단체들도 잇따라 방문했다. 한기총 등 기독교단체에 야당 대표가 방문한 것은 드문 일이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기 위한 일종의 통합 행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과 관련해 “한꺼번에 큰 합의는 아니더라도 작은 성과를 내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회담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목사가 “복지나 인권은 야당, 안보나 경제는 새누리당에 강점이 있다”고 하자 문 대표는 “약간 억울하다. 김대중 정부가 서해대전을 겪으면서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켰고 참여정부 때 주가지수가 더 높았다”고 말했다.

 ◆공천혁신추진단장 원혜영=문 대표는 이날 공석으로 남아 있던 당직 인선을 마무리했다. 공천혁신추진단장엔 원혜영 의원이 임명됐다. 문 대표가 원했던 ‘박영선 카드’는 유승희·정청래 최고위원 등의 반대로 불발로 끝났다. 네트워크정당추진단장엔 최재성 의원, 디지털소통본부장엔 윤호중 의원, 교육연수원장엔 안민석 의원이 낙점됐다.

글=이지상·위문희 기자 ground@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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