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 직제개편으로 진통|기획원-주무부 3월 시행 앞두고 의견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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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개 국영기업(정부투자기관)을 대수술하려는 국영기업관리기본법은 3월 시행을 앞두고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관계부처나 해당기업들의 반발이 심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개혁의지를 앞세운 경재기획원은 당초 생각대로 부사장제를 없애는 등 대폭적인 직제개편계획을 고수하려는데 반해 해당기관과 주무부처들은 현실적인 부작용을 들어 「시행령」 내용을 완화해주도록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시비의 초점은 각기관마다 성질과 실정이 다른데 어떻게 획일적인 기준으로 직제를 개편 하려느냐는 것이다.
기획원이 마련한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우선 부사장 자리를 한전과 전기통신공사에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 23개 국영기업체는 모두 없애기로 되어있으나 재무부·건설부 등 주무부처들은 시행령으로 못박을게 아니라 각기관의 실정에 맞게 경관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기휙원측은 정관에 맡길 경우 부사장자리를 스스로 없앨 기관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편 경제기획원은 사장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대신 의결기관인 이사회를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일부 주무부처와 해당기관들은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책임한계가 모호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있다.
예컨대 국책은행의 경우 거액대출 등 주요사항은 현행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해왔으나 새로 구성되는 이사회에서는 예산승인 모는 주요규정개정 등으로 한정, 지금의 이사회 기능보다 대폭 줄어들게 되어있다. 또 이사회의 구성이 관계부처 공무원·소비자단체대표·학자 등으로 되어있어 너무 공익성을 앞세운다는 지적들도 많다.
특히 경제기획원에 설치되는 경영평가 위원회간사가 25개 국영기업체의 이사직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상업성을 살려 국영기업체의 부실경영을 개선하자는 당초의도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영기업체이면서도 이번 직제개편에서 빠지는 경우도 문제다.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이나 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 등은 정부에서 출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대상에서 빠진다. 포철이나 한국중공업도 마찬가지다. 각부처 및 국영기업체별 반응은 다음과 같다.

<재무부>
재무부와 은행가에서 가장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집행부 간부의 임기를 3년으로 하여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렇게되면 자리에 대한불안으로 책임 있는 경영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기획원이 은행의 경영목표를 조정하게되면 은행은 재무부이외에 또 하나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적이 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또 같은 은행이면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은 전혀 다른 조직체계를 갖게되어 업무협의 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농수산부>
농수산부산하의 농업진흥공사와 농어촌개발공사는 전체사업 중 정책사업이 70∼95%를 차지하고있어 이사회의 별도구성은 옥상옥이라는 것이 농수산부의 주장이다.
비전문가인 민간인을 이사장에 앉히는 것에 대해서도 과연 책임 있는 의결의 주역이 될 수 있느냐는데 회의적이다. 결국 이사장은 명예직이고 허수아비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있다.
또 현 25개 기관 중 기관장은 대부분 해당분야의 비전문가로서 사실상 전문적부사장의 보좌와 뒷받침을 받고 있으며, 대외적 활동을 포함한 제반 활동에 있어서도 부사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공부>
한국종합화학의 경우 현재부사장 직제는 있으나 계속 빈자리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번 직제개편으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진흥공사는 이번 직제개편과 별도로 기구축소계획을 추진, 수출신장률이 적은 대외무역관을 줄이고 기능이 적어진 본부과도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상공부는 이번 기구개편으로 산하기관의 의결기구가 생기면서 상공부 주무국장과 학계인사 몇 사람이 비상근 이사로 임명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재의 운영방침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건설부>
산업기지개발공사· 도로공사·주택공사· 토지개발공사 등 4개 기관 모두가 전국적인 지점·사업·장을 갖고있는 투자기관인데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의 사장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비전문가가 임명되므로 전문기술자출신을 부사장으로 둬야한다는 것이다.
비 상임이사의 경우 주무부처 관련국장이 임명되는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으나 경제기획원이 경영평가를 하고 비 상임이사로 참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입장.
한편 비 상임이사인 이사장이 얼마나 그 기관에 열의를 갖고 나서겠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며 상임이사 2명은 놀고먹는 자리만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

<동자부>
한국 전력의 경우는 현재의 8명(사장· 부사장포함)으로는 가중되는 업무로 볼때 너무 적으니 더 늘려야한다는 입장이다.
동자부는 ▲이사장을 상임으로 할 것인지 비상임으로 할 것인지 ▲이사회에 상임이사를 둘 것인지의 여부 ▲집행부서의 책임자(본부장이나 국장 등)가 되는 현재 이사 수와 집행책임자 수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있다.
이사장을 상임으로 할 경우 사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묻겠다는 제도개편의 취지에 어긋날 우려가 있고 비상임으로 할경우 이사장이 내용을 잘 모르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나 동자부는 비상임으로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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