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식사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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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젠 「무엇을 먹을까」보다 「어떻게 먹을까」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 딴나라 얘기지만 일본 후생성은 암을 예방하기 위한 「국민식사지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요골자는 6가지. ①지방(지방) 섭취를 줄일 것 ②식사중 과실이나 녹황색 야채를 빼지말 것 ③소금에 절인 음식이나 불에 그을린 것은 최소한으로 줄일 것 ④음식이 곰팡이나 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도록 할 것 ⑤과음을 피하고 술마시며 담배를 함께 피우지 말것 ⑥음식물중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물질을 제거하거나 줄일 것.
일본 후생성은 그밖에도 지나친 일광 노출을 피하고 과로하지 말며, 몸을 청결히 하라는 충고도 한 일이 있었다.
이런 지침은 암환자들의 임상체크에서 확인된 사실들이다.
「조2, 농3, 석1」 이라는 충고도 있다. 점심은 비교적 든든하게, 저녁은 부족한 듯 먹으라는 얘기다.
암의 원인은 아직 과학자들의 집요한 연구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식생활에 절도가 없는 사람들에게 암의 위험이 많다는 사실은 의학 보고의 일반론이 되어 있다.
「스트레스」라는 말을 의학용어로 처음 받아들인 캐나다의 생리· 병리학자 「한스· 세리에」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몇가지로 규명한 일이 있었다. 한냉, 외상, 병, 긴장 등.
물론 사람에겐 자연적으로 그런 스트레스를 이겨낼 생리작용과 장치들이 있다. 문제는 그것을 방어할 힘이 약한 사람의 경우다. 쉽게 피로하거나 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다.
식습관만해도 국민식사지침에서 지적된 사실들은 일종의 문명 현상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무질서, 무절도한 생활이 바로 그런 원인들의 원인이다.
과식, 편식은 물론 기름기 많은 음식이나 괴팍한 음식들이 모두 예외일수 없다. 소박한 생활환경 속에선 이런 일들이 쉽지 않다. 술마시고 담배 많이 피우는 생활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선 우리 선조들의 생활습관을 관찰해볼 필요도 있다. 좀스럽지 않은 호쾌한 대인풍의 생활자세는 스트레스와는 거리가 멀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환경을 똑같이 생각 할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그것에 적응하는 태도와 자세가 문제다.
식생활만 해도 우리는 예부터 야채를 맛있게 먹는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 김치가 그대표적인 예다. 갖가지 야채국을 끓여 먹는 습관도 역시 그런 경우다. 잡곡밥도 좋은 예다.
국민식사지침이라는 것도 결국 우리가 요즘 어쭙지 않게 맛들인 식생활에 대한 경고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지침들을 생활관습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까맣게 잊고 지낼 뿐이다. 암을 두려워하기에 앞서 우리의 건망증, 우리의 절제 없는 생활부터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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