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자연이 함께 사는 길 '대안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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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아프리카 오지에 전기펌프나 트럭을 구호물자로 지원한다면 어떨까. 보나 마나 전기 펌프는 전기가 없어, 트럭은 고장을 수리하기 힘들어 애물단지로 변할 것이다. 그럴 바에는 효율이 좋은 수동펌프나 손수레를 보낸다면 그 오지 주민들에게 훨씬 힘이 될 것이다.

이는 실제 1970년대 유엔이 저개발국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도했던 사업의 결과였다. 현지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지원했기 때문에 그 같이 실패했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현실에 가장 알맞은 기술을 개발해 이용하자는 '대안기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던 셈이다.

각국에서는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한 운동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대안기술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분야도 에너지.환경.농업.수송 등 다양하다.

대안기술의 기본 이념은 첨단기술이든 기존 기술이든 자연과 공존.공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안기술이 크게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대안기술은 유엔이 아프리카 지원에서 실패한 뒤 수동식 펌프와 손수레, 농약을 많이 쓰지 않는 전통적인 농작물을 보급한 것을 그 시초로 꼽는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유의선 박사는 "기존에 주류를 이뤄왔던 기술들은 환경이나 자연을 파괴하는 폐혜를 확대.누적시켜 왔으며, 그 연장에서는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연 친화적인 대안기술을 개발 보급하지 않고는 인간이나 자연 모두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안기술은 첨단기술을 활용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에너지 문제를 들여다 보자.

유럽에서는 태양에너지나 풍력.지열 등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면 국가차원에서 보조금을 준다.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기존 화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우량 품종도 유전자를 조작하기보다는 전통 육종 방법으로 개발한다면 자연에 주는 무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작업의 효율이나 신품종 개발의 용이성을 들어 유전자 조작을 더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농사를 지을 때도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는 것도 대안기술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토양의 산성화를 방지하는 등 자연계 신진대사를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시에 자전거 도로를 개설해 시민들이 자동차 대신 타게 한다면 자동차 배기 가스에 의한 대기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대안기술은 앞으로 개발해야 할 분야도 많지만, 주변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역시 많다.

유럽 등 선진국은 이런 대안기술의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일부 시민단체에서나 관심을 가질뿐 국가차원에서는 극히 소극적이다. 들어가는 돈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과 유럽이 미래를 대비해 설정한 5대 비전도 이같은 대안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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