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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월26일.
대통령은 경제협조처(ECA)의 인사조직과 보수규정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경제 협조처에서 적은 봉급으로 함께 일하는 한국사람들에 비해 미국사람은 엄청나게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이 대통령의 마음을 괴롭혔다.
자기 고국을 떠나 전쟁을 치르는 어려운 나라에 와서 고생하는 자리에 근무해야하는 ECA의 미국인들은 이 사실을 합리적으로 생각할지라도 이러한 미국인과 한국인과의 보수 차이는 대통령의 속을 곯게 했다.

<차별보수에도 격분>
ECA의 능력 있는 한국인들이 적은 보수로 모든 것을 감수하며 일하는 처지가 원조를 받고있는 수혜국민의 입장이긴 하지만 대통령은 가슴아프게 생각되는 것이다.
우리한국인들이 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사명감과 의지를 갖고 ECA에서 미국사람들과 일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악 조건을 이겨내고 감내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만 대통령은 보수규정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ECA측이「심자군 정신」도 없고 그저 가능한 한 많은 보수를 받는 좋은 자리만 찾는 미국사람들을 많이 고용한 사실 때문에 대통령은 더욱 분격하였다.
국제적인 원조기관에 종사하는 전문직업인들은 일반적으로 원조 받는 나라의 국민에 대한 존경심과 헌신적인 봉사 정신 없이 일하는 경우에도 비난을 받거나 이상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종교적인 신념에서 어려움에 처한 동포나 이웃을 희생적으로 도와주고 이끌어왔던 대통령은 일부 전문직업인들의 태도와 정신적인 자세가 눈에 거슬리고 못마땅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태도가 바꾸어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는「마이어」씨가 책임자로 부임하였을 때「키니」와「로렌」같은 전문직업인들이 교체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두 사람 다 남게되었고「마이어」씨는 1주일 후에 뗘나 버렸다. 「마이어」씨는 동경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초」대사가「로렌」을 너무 감싸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을 제대로 말해주기가 곤란하다고들 한다.
ECA의 원조계획에 관해 교섭 중에 있을 때도 대통령은 ECA의 대표가 수출입에 쓰이는 한국의 자금전체를 감독하며 5%를 제외한 모든 한화계정을 자기들이 통제하겠다는 제의를 했을 때 우리의 주권을 이 정도까지 포기해야한다면 차라리 원조를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일이 있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경제원조를 받더라도 워싱턴의 ECA본부나 미국무성의 필요이상의 간섭은 받지 않겠다고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경제원조 협정체결 과정에서 생겼던 상한 감겅과 의심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엄격한 미국 측의 통제 없이 모든 것을 한국관리들에게 맡기게되면 원조자금이 낭비 되지 않을까 하고 미국은 우려를 했지만 대통령은 미국 측이 사실상 한국인의 진정한 요구와 희망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것인가를 염려했었다.
「맥아더」장군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어제 나는 전화를 걸었는데 장군내외는 12살 먹은 아들「아더」가 직접 만들어 선사한 생신선물 때문에 무척 행복한 모양이었다.

<생신축하 전화 걸어>
아들의 선물을 받은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
대룽령은 공식적으로「맥아더」장군의 71회 생신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냈었다.
미 함대가 인천항을 맹렬히 포격하고 있으며 무기한으로 한국진지를 확보하여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장군은 말해주었다.
「존·포스터·덜레스」특사가 일정이 변경되어 하오3시에 동경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은「덜레스」씨는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싸워온 우리의 진정한 벗이라고 하면서 우리정부가「델레스」씨를 초청했음을 밝히고 그의 한국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대통령은 한일우호관계를 희망하며 양국정부가 다같이 상호의 이익을 위해 회담을 시작하는 것이 빠를수록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명했다.
또「덜레스」특사가 대일강화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찬의를 표했다. 대통령은 나에게「덜레스」씨를 위한 만찬메뉴에 미역국을 끓여 대접하도록 특별 주문을 했다. 미역국은 한국풍습에 의하면 생일에 끓여먹는 국인데 산모가 아기를 남은 다음에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패주하고 있는 북괴군들은 여자들까지 일선에 동원시키고 있다고 한다.
장면총리는 지금 동경에서 며칠 묵고있는데 모레 도착할 예정이다.
1월27일.
28일에는 외교행낭에 넣어보낼 편지조차 쓸 틈이 없이 너무 바빴기 때문에 월요일(29일) 인 지금 겨우 틈을 내어 타이프 앞에 앉아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간추려 적는다.

<장면미 대사 돌아와>
1월28일에는 장면대사가 동경으로부터 도착해 대통령을 예방했는데 자기는 총리직을 수락할 수 없으며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는 그토록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 체류할 수 없으며 워싱턴에서 직무를 더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느낀다고 자기의 결심을 표명했다.
「맥아더」장군이 수원과 서울상공을 시찰비행하고 잘 싸우고있는 8군의「리지웨이」장군으로부터 적4만명을 살해하고 12만명을 부상시켰다는 전파를 보고 받고 동경으로 돌아갔다.
전쟁이라는 이름의 살상비극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비참함을 피부로 느끼고 사는 나날이 이젠 정말 지겹다.
하나님, 고통받고 있는 불쌍한 인간들을 돌보아 주시옵소서. 부상당한 채 혹한 속에서 고통받고 있을 우리부상병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구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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