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으로 50억 벌어요… 스톱모션애니 제작사 '투모로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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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 투모로우의 임직원들이 촬영 세트장 앞에 섰다. 가운데 있는 인형이 이번에 TV시리즈로 만든 '헬로우 키티'.

처음엔 "그깟 인형을 가지고 무슨 돈벌이가 되겠느냐"는 걱정도 많았다. "취미는 취미일 뿐, 사업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며 주변 사람마다 말렸다. 그러나 결국 그 인형을 가지고 매출 50억원을 바라보는 회사를 일군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인 스튜디오 투모로우의 한정석(34) 대표와 30명의 임직원이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란 찰흙 등으로 만든 인형을 가지고 조금씩 동작을 바꿔가며 매 컷을 찍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 등이 대표적인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인 한 대표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취미 삼아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 찍어 보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달팽이 인형이 기어다니는 한 음료수 광고와 영화배우 유덕화가 캐릭터 인형으로 출연한 뮤직 비디오, 홍콩 정부 홍보물 등이 모두 한 대표의 작품이다. 현재 ㈜스튜디오 투모로우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양평 스튜디오와 서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해 일본의 유명 캐릭터 회사인 산리오와 계약을 맺고 '헬로우키티'가 등장하는 TV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10분짜리 총 26회 분량으로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10분짜리지만 2편을 제작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린다. 화면으로 봤을 때 움직임이 자연스러우려면 1초에 30프레임 정도를 써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매초 15~30번씩 인형의 동작을 바꿔줘야 한다. 그러므로 작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촬영.제작 등을 맡은 30명 직원 전원이 스튜디오 근처에서 합숙하며 제작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투모로우는 보통 찰흙 인형을 사용하는 다른 스톱모션애니메이션과 달리 실리콘으로 등장인물을 만든다. 자유로운 동작을 표현할 수 있고 내구성이 좋아 찰흙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색을 입히는 게 문제였는데 이와 관련한 기술을 자체 개발해 특허도 받아 놓은 상태다. 내년엔 새 작업을 준비 중이며 미국.일본 등 다른 나라 기업들에서도 꾸준히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한 대표는 "전통적으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강국인 영국 등 유럽 국가에 비해 기술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가격과 품질 모든 면에서 경쟁력 있는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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