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에도 미군 '비밀감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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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쿠바 내 미 해군 기지인 관타나모에 있는 수용소와 흡사한 미국의'비밀감옥'이 코소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기지 안에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6일 알바로 힐 로블레스 유럽평의회 인권담당관의 말을 인용, 비밀감옥이 코소보 중심도시 프리스티나 남쪽의 본드스틸 미군기지 안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이 비밀감옥이 공식적으로는 코소보에 배치된 나토의 다국적군인 KFOR의 수용소였으나 전적으로 미군에 의해 관리됐다고 전했다.

이달 초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 등 전 세계 5개 국가에 비밀수용소를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됐을 때 코소보는 5개국 명단에 들어 있지 않았다.

르몽드에 따르면 2002년 9월 본드스틸 기지 내 감옥을 둘러본 힐 로블레스 인권담당관은 관타나모에서처럼 주황색 옷을 입은 15~20명의 사람을 목격했다. 몇몇은 독방에 갖혀 있었으며, 코란을 읽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 네 명은 북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이런 감옥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로블레스는 다음날 즉시 미군 당국에 폐쇄를 요구했다. 3년여 동안 침묵을 지켜 왔던 로블레스는 최근 CIA 비밀수용소 문제가 불거지자 2002년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CIA 비행기가 아프가니스탄.중동.유럽.관타나모를 운항하는 과정에서 본드스틸 기지를 중간기착지 겸 임시 수용시설로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KFOR의 한 고위 관계자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수용시설에 갖혀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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